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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넬 디자이너 라거펠트,사진도 이렇게 잘 찍는다고?
언제나 몸에 꽉 끼는 검은 정장에 은발 꽁지머리를 하는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74). 그는 명품패션 샤넬(Chanel)의 21세기 버전을 만든 수퍼 디자이너다. 그는 우아하긴 하나 다소 경직됐던 샤넬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며 오늘날 샤넬을 ‘젊은 여성들까지 가장 입고 싶고, 들고 싶은 브랜드’로 만든 주역이다. 지난 28년간 샤넬의 수장으로 떡 버티고 있으니, 명품조련사로서의 실력은 입증된지 오래다. 그는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Fendi)도 50년째 이끌고 있다.

패션계의 전설인 칼 라거펠트는 그런데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냥 대충 찍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전문가다. 배우 제임스 딘을 찍었는가 하면 클라우디아 쉬퍼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모델이며 스타들을 죄다 찍었다. 그의 사진은 보그를 비롯해 유명잡지의 표지며 화보도 여러번 장식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들로 책도 디자인한 출판인이며, 단편영화도 만든다. 그가 서울 통의동의 대림미술관에서 ‘Work in Progress’라는 타이틀로 사진전을 연다.


대림미술관은 사진, 출판, 단편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칼 라거펠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13일 개막한다. 패션계의 최정상에 있는 디자이너가 한국서 사진전을 갖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물론 영국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대림에서 미술전을 열긴 했으나 사진전은 그가 최초다.

우리에겐 ‘샤넬 수석 디자이너’쯤으로 알려진 라거펠트는 1938년 독일에서 태어나 우리 나이로 올해 74세의 ‘노장’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시대를 앞서 가는 감성으로 패션의 최첨단을 달리는 ‘패션계의 살아있는 신화’다.
그런 그가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당시 전문가가 찍은 샤넬의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자 "이럴 바엔 내가 찍어보겠다"며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라거펠트는 패션은 물론 인물, 누드, 정물, 풍경,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스타일리시한 사진을 남겼다.작업량도 방대하다.

늘 “패션은 변화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강조해온 그는 사진 또한 늘 변화하고 진화하길 원한다. 그의 사진은 매 작품마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 한 작가의 작업으로 묵기 어려울 지경이다. 지극히 상업적인 사진이 있는가 하면 또 대단히 서정적인 작품, 개념적이거나 예술적인 사진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번 사진전의 제목이 “진행 중인 미완성 작품(work in progress)”이라 한 것도 사진을 바라 보는 라거펠트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날선 실험정신’이 강자들만이 살아남는 럭셔리 패션계에서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라거펠트를 최고의 자리에 머물게 한 동인이다. 


파리, 로마를 거쳐 서울에서 열리는 그의 사진전에는 샤넬과 펜디의 올겨울 추동컬렉션 사진에서부터 모델들의 인물사진, 예술성 높은 사진, 아울러 실험영화 등이 두루 나왔다. 이번 전시는 라거펠트와 샤넬의 사진 및 다양한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획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과 샤넬의 아트 디렉터 에릭 프룬더(Eric Pfrunder), 파리 유럽사진의 집이 공동 기획했다. 


전시기획자인 슈타이들 씨는 "전시를 통해 시간이 지나도 식지않는 거장의 열정과 그가 창조해내는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관측은 라거펠트가 이번 샤넬 컬렉션 화보촬영 시 사용했던 즉석사진기를 비치해 관람객들이 사진가가 되어 촬영해볼 수 있게 했다.
‘Work in Progress’ 전시는 내년 3월 18일까지 계속된다. 02)720-066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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