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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송도 앞바다에 웬 ‘빨간 피아노’가 있지?
아늑한 U자형 해변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부산 송도해수욕장. 대한민국 공설 해수욕장 1호로 유서깊은 해수욕장이지만 해운대 등에 비해 백사장 길이가 짧아 한동안 잊혀져가던 이곳에 이색 미술품들이 설치돼 화제다.
바위 모양이 마치 거북등 같다고 해서 ’거북섬’으로 불리는 송도의 명물 거북바위 위엔 빨간 금속제 피아노가 올려졌다.

백사장 위에는 여섯마리의 흰 낙타 무리가 바다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두세마리는 파도가 치면 바닷물에 다리가 반쯤 잠기기도 한다. 또 대형 코끼리는 옆으로 드러누워 둘숨 날숨을 쉬고 있고, 파도가 치는 바다 속엔 커다란 눈동자가 설치돼 껌벅거리고 있다. 모두 2011부산바다미술제 출품작이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송도해수욕장 일대에 29점의 미술품을 설치하고 ’2011부산바다미술제’를 개막했다. 원래 바다미술제는 부산비엔날레의 한 파트로 진행됐으나 올해부터는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도 별도행사로 진행된다. ‘송ㆍ도’를 주제로 하는 올해 바다미술제에는 12개국의 작가들이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내놓았다. 올해 출품작 29점 중 공모작은 20점, 초대작은 9점이다.



초대작가는 외국 전문가의 추천과 심사를 거치거나, 전시기획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국내외 작가들로 구성됐다. 그 결과 한국작가 김도형, 임상규, 문병탁, 이유진, 정혜진과 요시노리 니와(일본), 피터 비틀 콜린(호주), 리프 자이니(싱가포르), 티안 예(중국) 등이 초대됐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작품들을 송도해수욕장 일대에 선보였다.




김도형 작가는 하얀 백사장에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검은 총을 거꾸로 박아놓았다. 작품명은 ‘유기체의 조건’.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불만을 은유하기도 하고, 대리만족과 해소를 위한 정화로 이해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작업이다.
신예작가 김민찬, 김수진, 유은석은 ‘Another Silkroad‘라는 입체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해주던 부산의 도시성을 반영한 작품으로, 여섯마리의 낙타들이 송도 앞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 낙타들을 통해 아름다운 휴양지이자 물류와 항만의 거점으로서의 송도의 미래를 꿈꾼 작업이다. 



박재하 작가의 ‘장갑’도 흥미롭다. 높은 바위 위와 해변가 계단에 벗어 던져놓은 듯한 목장갑을 설치해 자연의 재생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단하게 저버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바다미술제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이탈리아 작가 베라 마테오의 ‘새로운 별, 새로운 탄생’은 지름 10cm가량의 스티로폼볼 1만7000개를 그물망으로 엮어 바다에 띄운 작업이다. 바다의 원시적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킨 명상적 설치작품이다.



티냐 프리밍어의 ‘바다의 눈’ 또한 바다를 잘 활용한 작업이다. 검은 눈동자를 단순하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작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바다의 이면에 대한 메타포를 전하고 있다.

중국작가 티안 예의 ‘빨간 피아노’는 올 바다미술제 출품작 중 가장 도드라진 작업이다. 미술제를 찾은 많은 이들이 선명한 붉은 색의 대형 피아노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거북섬에 우뚝 설치된 붉은 색 피아노는 ’해변의 연주’를 연상케 한다. 현대의 산업화를 상징하는 차가운 금속재료(난방용 쇠파이프)를 절단하고, 용접해 대형 피아노를 만든 다음 거북섬 위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송도 해변에 어둠이 깔리면 이 피아노는 조명을 받아 또다른 운치를 띈다. 데이트 족들은 피아노 앞에 놓인 연주석에 앉아 폰카를 찍기 바쁘다. 미술제 측은 바위 위 제단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진 작품(둥근 쇠파이프를 용접해 만든 작품이라 사실 보는 것처럼 단단하진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이라 혹시 예기치않은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미술제가 열리는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송도유원주식회사가 ‘수정’이라는 휴게소를 짓고 모래사장을 정비해 꾸민 국내 1호 공설 해수욕장이다. 이후 태풍 등으로 시설물이 파손되고 모래가 유실돼 해수욕장 기능을 상실했지만 2000년 이후 수중 방파제와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며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미술제 기간 중 송도해수욕장 인근 풍림아이원에서는 과거 바다미술제 기록사진과 송도해수욕장 사진전이 열린다. 또 현인광장 주변에는 북카페, 해변 방송국, 모래놀이터, 캐리커처 그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도 마련됐다.

부산비엔날레 이두식 운영위원장은 "작지만 아늑한 해변이 미술제 출품작을 전시하는데 제격이라 올해 바다미술제 장소로 송도를 택했다. 아름다운 가을 바다에 독특한 작품들이 잘 어우러져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새롭게 정비된 송도해수욕장의 활성화에 바다미술제가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바다미술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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