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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긴급진단-이원기 PCA운용 대표> 증시 추가 하락은 자명, 현금보유가 최선…팔기 늦었고 사기엔 이르다
금융시장이 공황(panic) 상황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식을 사야 하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증권사 전문가들도 할 말을 잃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국인들은 계속 돈을 빼가고 있고, 국내에서도 개인을 중심으로 일부 투매가 나오는 형국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외환이든 거의 모든 투자자산에 걸쳐 모든 투자자들이 아연실색이다.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헤럴드경제는 금융 분야 세계 최고 자격증인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대한민국 1호이자, 뱅커스트러스트 펀드매니저, 메릴린치 리서치헤드, KB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영국계 PCA자산운용을 맡고 있는 이원기 대표로부터 긴급 조언을 구했다. 대표적인 증시 낙관론자로 유명한 이 대표는 글로벌재정위기 앞에서 제2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역설하며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증시, 어디까지 밀리나?

▶추가하락은 자명하다. 1500에서 저지되느냐가 관건이다. 외환위기 때나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코스피는 반토막이 났다. 이때와 비슷하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과잉’과 ‘탐욕’이 위기의 근원인데, 아직도 모든 것은 과잉이고, 탐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과잉의 해소와 탐욕포기 없이 해결은 없을 듯하다.

-우리는 괜찮은데 해외가 문제 아닌가?

▶외부악재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울에 앉아서 뉴욕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을 얼마나 잘 알 수 있나. 기껏해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이 전부다. 정보가 만들어지는 핵심에 접근하고 있지 못하는 데 전망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오히려 내부문제를 잘 살펴야 한다. 정책적 대응을 잘 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나을 수 있는데, 이는 스스로를 잘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탄탄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그렇지 않은 곳들이 있다. 상황이 좀 더 악화되면 크레디트(신용)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우리의 내부문제가 무엇인가?

▶주식시장을 보면 최근 두 달간 외국인이 판 금액은 채 10조원이 안 된다. 350조원 가운데 10조원을 팔았을 뿐인데 시장이 이 난리다. 외국인에 의존한 자본시장 성장의 폐해다. 내부유동성을 키우려면 국내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켜야 하고, 국내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다 걸기(all in)’는 아직도 여전하다. 기업이익이 늘었다지만 일부 대기업일 뿐이다. 가계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데, 이를 통한 장기투자관련 문화가 확산되지 않는데, 어떻게 자본시장이 자생적 펀더멘털을 가질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 리먼사태 이후 증권사들이나 자산운용사의 투자권유도 점차 단기화되고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문제다. 국부의 대부분을 달러공급에 의지하는 수출중심의 경제구조 탓이다. 외부 사정이 생기면 수출과 달러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희망은 없나.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외환위기나 리먼 사태 때보다는 탄탄하다. 또 만일 중국이 긴축을 중단하고 리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다면 한국 기업들이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도 내부 경제문제가 심각해 짧은 시간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현금보유가 최선이다. 그런데 팔기에는 늦었고, 사기에는 이른 시기다. 그저 최대한 현금을 확보다고 판세를 관망할 뿐이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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