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왝더독 증시 2題
지루한 박스권에서 그나마 기세가 오른 것은 프로그램(PR) 매매다. 코스피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수급 기반이 취약해지며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고 있다.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도 선뜻 ‘사자’에 못나서고,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아직은 불안하다보니, 시장은 외국인이 키를 쥐고 있는 프로그램 매매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은 프로그램과 연계된 선물을 통해 박스장에서도 1조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그램(PR), 증시 살릴까 죽일까?=22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현물 거래대금 대비 선물 거래대금 규모를 나타내는 현선배율은 9.5배 수준으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들이 현물시장 보다 선물시장에 더 많은 포지션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요 며칠 국내증시의 흐름이 양호했던 이유도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에 나서면서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가 개선됐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그런데 22일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매도세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매도와 함께 시장은 바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이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선물을 산 것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정책대응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정책대응은 실망스럽고, 국가와 은행의 신용등급 하락 도미노는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으로 인한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가/지자체에 이어 외국인과 기관의 프로그램 순매수로 연결된다면 여력은 최대 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되더라도 현물 내부 수급이 워낙 취약해 지수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현물시장이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지수상승은 증시 이탈을 위한 마지막 비상구 역할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R 키 쥔 외국인, 8월 이후 선물로 1조원 벌다=기관도, 개인들도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외국인들은 프로그램과 연결된 선물시장에서 돈을 챙겨갔다. 급락장에 앞서 미리 매도포지션을 설정해놓고 큰 돈을 벌었던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이다.

22일 한화증권은 8월초 외국인이 최대 4만2000계약까지 선물 매도포지션을 늘렸고, 이후 지수 급락으로 약 1조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주로 헤지목적의 선물 매도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해왔다. 지난 7월 중순 일차적으로 3만5000 계약까지 늘렸고, 급락초기인 8월초에는 매도포지션을 확대하면서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 큰 수익으로 이어졌다. 선물매도는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해 미리 매도포지션을 취했을 경우 수익이 더 커진다.

급락 이후 대응도 재빨랐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매도포지션만 고집한 것은 아니라 증시가 급락한 후에는 환매수로 수익을 실현했다. 지난달 3일 4만2000 계약이었던 매도포지션을 22일에는 1만7000 계약으로 크게 줄이면서 반등과정에서의 손실가능성도 낮춰놨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당시에도 6월 11일 4.3만 계약까지 매도포지션을 늘린 뒤 10월 최대 5만 계약의 환매수에 나서면서 선물시장에서 1.6조원 가량의 수익을 낸 바 있다.

반면 개인들은 뒷북을 치면서 손실을 면치 못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급락후 오히려 매도포지션을 늘렸다. 각종 악재에 헤지 목적의 대응을 한 것이지만 너무 늦게 진입해 오히려 반등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안상미 기자 @hugahn>hug@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