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어게인 2006년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선거 1개월 전에 일찌감치 확정해놓고 세몰이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당내 인사들이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지지율에서 강 후보를 뛰어넘지 못하자, 정계를 떠났던 오세훈 변호사를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예비 여론조사에서 오 변호사만이 강 후보를 2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선 직전 오 변호사의 당비 미납이 드러나 피선거권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맞춤형 후보를 물색하던 박근혜 당시 대표는 오 전 시장의 출마 길을 우회적으로 터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년 오세훈 바람의 조연은 박 전 대표였고 지금은 홍 대표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야당에서 여당인 점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2006년과 비슷하다.
고성국 박사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금실 전 장관이 선거판을 주도했는데,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고만고만했다. 결국 다 주저앉히고 오세훈 영입에 성공하면서 강 후보를 꺾었다”고 평가했다. 인물난에 허덕이지만 한나라당으로선 시간을 끄는 게 현명한 선택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외부 영입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김황식 총리는 출마를 고사하고 있고 청와대도 공식 부인했다. 개혁적 이미지를 보유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김영란 국가권익위원장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들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사를 영입한다고 해도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을 설득할 명분이 없고, 자칫 당내 내분만 키울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갈등만 증폭시키고 패배했던 4ㆍ27 분당 보궐선거의 악명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민주당의 과제는 박 변호사가 ‘기호 2번’을 달게 하는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불출마로 당내 경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대안 없는 야당으로 낙인찍힐 우려도 크다.
손학규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만들고 승리하는 데 민주당의 역할이 결정적이며 민주당 없는 승리는 없다”고 민주당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