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들이 과거 10년동안 나라를 책임졌던 집권여당이었는지나 의심케할 정도로 사분오열의 형국을 벗지 못하는 지도부의 현주소는 ‘제1야당’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다.
더욱이 가장 정제되고 품격있는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할 지도부 공개회의 시간에서 최근 벌어진 지도부간 감정적 언쟁은 그야말로 수준이하였고,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태였다.
최근 벌어진 민주당의 분열 형국은 지난달 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발생된 서울시장 보선을 계기로 촉발됐다.
지도부 일원이었던 천정배 최고위원이 오 시장의 사퇴 직후일에 출마 입장을 발표하고, 의원직 사퇴를 감행하자 손학규 대표가 이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면서 갈등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천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손 대표가 자신에게 ‘모욕감’을 줬다며 철회요구에 대한 ‘철회’를 요청했다. 여기에 천 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정동영 최고위원까지 합세해 손 대표를 공격하면서 어느새 지도부 회의가 ‘주류 대 비주류’의 세력 대결장으로 전락해버렸다.
지도부의 자중지란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천 최고위원이 손 대표에게 “대선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손 대표가 “출마 당사자로서 시장선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같이 받아친 것이었다.
이에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는 정견 경연장이 아니다”고 반박했고,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최고위원은 방관자나 비평가가 아니라 함께 책임져야 하는 집단지도체제의 책임자들이다 앞으로 이 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가세하자 일부 최고위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을 어떻게 훈계하느냐. 하극상 아니냐”고 따졌고, 박 정책위의장은 “훈계가 아닌 현실이다. 지금까지 천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 발언으로 당이 지지도를 많이 손해보지 않았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끝내 정장선 사무총장은 천 최고위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정리하려 했지만, 손 대표가 다시 “죄송은 뭐가 죄송이냐”고 발끈했다. 이러자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향해 “지금처럼 된다면 당을 사당화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이 손학규 개인의 당이냐”는 말까지 내뱉게 된다.
이를 지켜본 한 최고위원은 현 당의 운영방식인 ‘집단지도체제’를 빗대어 “집단분열체제”라고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수준의 싸움장이 돼버린 지도부 회의는 국민들에게 감동은커녕 최소한의 품격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의 권위를 존중하지 못하고 공개석상에서 목에 핏줄을 세운 최고위원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지만, 카리스마 있게 당을 장악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손 대표에 대한 원성도 만만치 않다. 이런 연유로 야권통합에 나선 손 대표를 향해 ‘당부터 통합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며칠간 ‘돌풍’을 일으키며 휩쓸고 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앞에 ‘추풍낙엽’이 된 당의 존재감도 가깝게는 서울시장 보선, 멀게는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중대 기로에 서있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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