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추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9월 초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4.4%로, 지난 3월이후 6개월 째 30% 안팎의 바닥 지지도에 머물러 있다.
지난 해 이맘 때 40% 이상의 고공행진을 벌였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수직낙하했지만, 반등의 기미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정지지도나 여론추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게 대통령의 기본 인식” 이라면서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임기 후반까지 높은 지지도를 유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4년차 지지도 역시 20~30%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인 1996년(10월) 정리해고제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 논란으로 지지율이 28.0%까지 떨어졌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벤처게이트로 인해 2001년(12월) 국정지지도가 30.5%에 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5.31 지방선거 참패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사회 양극화에 발목이 잡히면서 2006년(6월) 지지도가 20.2%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은 연초 구제역을 시작으로 고물가와 고유가 등이 겹치면서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각종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리더십 부재가 악재로 작용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지지도 만회를 위한 반전카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집권 초 쇠고기 파동으로 지지도가 급락하자, 친서민ㆍ중도실용 노선 채택과 UAE 원전 수주, G20정상회의 유치 등을 반등의 고리로 삼아 국정 주도권을 회복했었다” 면서 “그러나 최근 정국이 국회와 차기 권력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아젠다 세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분당 손학규 돌풍’으로 1차 레임덕 우려에 직면한 이 대통령은 최근 정치권이 ‘안철수 블랙홀’에 빠져들면서 또 한 번의 레임덕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특히 안철수 블랙홀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세론마저 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선보이며 정권 재창출에 고심하고 있는 이 대통령을 더욱 수세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업, 물가, 가계부채의 ‘민생 3고(高)’는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친기업과 친서민을 오가는 ‘MB노믹스’의 갈짓자(之) 행보는 재계와 서민 양측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 화두로 제시한 공정 사회와 공생 발전은 정책 시차로 인해 공감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최근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의 재정위기 과정에서지속성장 가능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노력” 이라며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의견충돌과 이해관계 갈등은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1년 반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 관계도 지지도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류우익 통일장관의 임명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면서 “류 장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설경우 국제사회의 6자회담 재개 움직임, 남ㆍ북ㆍ러 가스관 프로젝트 등과 맞물려 남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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