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영양식 등 수해물품
개별포장마다 마크 표기
北주민에 파급효과 기대
다음달 중순까지 522만개의 ‘대한민국’ 한글 표시가 북한에 건너간다.
정부가 지난 6일 영양식(140만개), 과자(30만개), 초코파이(192만개), 라면(160만개) 등 50억원 상당의 대북 수해지원품을 전달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각각의 포장과 박스 겉면에는 남한이 지원한 제품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이 알 수 있도록 ‘대한적십자사ㆍ대한민국 기증’이라는 마크가 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초코파이와 라면 등 모든 개별포장마다 한글로 ‘대한민국’과 ‘대한적십자사’를 표시한다. 특수제작된 포장지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영양식과 과자의 개별포장 522만개와 제품 수송을 위한 포장재를 합하면 약 600만개의 ‘대한민국’ 표시가 북한에 건너가는 셈이다.
정부는 대북지원품의 ‘대한민국’ 한글 표시가 분배 투명성 보장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남측 정부가 지원품을 보냈다는 소문이 퍼지게 하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만경대 협동농장 부농장장은 우리 측 방송사인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쪽에서 제때 비료를 보내줘서 인민들이 농사짓는데 수월하다. 우리 참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대북 지원품에 ‘대한민국’을 한글로 표시한 것은 불과 9년 전 일이다. 김영삼 정부 당시 아무런 표기도 하지 않았고, 2000년 들어 영어로 ‘Republic of Korea’라고 적기 시작했다. ‘받는 입장의 자존심’을 들어 북한이 쌀 제공자 표시를 한글로 하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영어를 잘하느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2년 쌀지원량의 대폭 확대를 조건으로 북측과 ‘대한민국’ 한글 표시에 합의했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총 170만t의 쌀을 지원했다. 당시 건너간 ‘대한민국’ 쌀 포대만 4250만장에 달한다. 이는 북한 인구의 배에 가까운 숫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08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평양에 갔다가 ‘대한민국’이라고 표기된 쌀 포대에 뭔가 담아 자전거 뒤에 싣고 가는 것을 4번이나 봤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측이 이번 수해지원에 동의하면 오는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통해 1차 지원분인 영유아용 영양식 20만개를 전달할 계획이다. 개당 800g인 영양식 포장과 박스 겉면에 ‘대한민국’을 한글로 표시하고, 제품 수송을 위한 포장에도 네 면에 ‘<대북수해지원물자> 영유아용 영양식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 기증’이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부착한다.
이 외에도 한 개당 120g 이상의 봉지라면과, 한 개당 30g 이상인 초코파이의 포장지와 박스 등의 겉면에도 ‘대한민국 기증’을 표시할 계획이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