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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뒤엉킨 경제지표, 지금은 현금이 왕이다.
정말 뭔가 심상치 않다. 금리는 하락하는 데 주가도 불안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동안 경제학 교과서에 나온 말들을 무색케 할 정도다. 경제의 3대 지표인 금리, 환율, 주가의 움직임이 뒤엉켰다. 주식에 투자하라고, 채권에 투자하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은 ‘현금이 왕(Cash Is King)’이다.

이론적으로 장기채권 금리는 단기채권 금리보다 높아야하는데, 최근 채권시장에서 5년만기 국채보다 2년만기 통안증권 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있을 수 없는건 아니다. 금리인상 국면의 막바지에서 잠시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 상황이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채권시장도 덫에 걸렸다 데 있다.

논란은 있지만, 현재 중앙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의 최고 목표는 일단 물가다. 물가가 고공행진인데, 정책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지금 경기가 좋다는 사람은 없다. 금리를 올리면 자칫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 경기를 살리자고 금리를 내리기는 더 어렵다. 금리를 내린다면 물가의 고삐를 완전히 풀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옴짝달싹 못하는 덫에 걸린 형국이다.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채권수익률이다. 지키는 게 우선인 고액자산가나 기관이라면 좀 더 금리가 내릴 여지가 남은 장기국채 매수를 권할만하지만, 당장 인플레 이상의 수익을 내야하는 일반 투자자에게 실질수익률 마이너스를 감내하고 채권을 사라고 하기 어렵다. 단 물가연동채는 유망하다. 실질금리와 쿠폰의 차이가 좁아져 있는 데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 주식은 어떨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도 돌아선 때의 대안은 전통적으로 주식이다. 그런데 우리 증시는 수출주가 대부분이고, 수급의 핵심도 외국인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유럽과 미국, 물가와의 전쟁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중국 등 글로벌 3대 경제권의 사정이 긴박하다. 더 쉽게 말해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하향되는 데 어떻게 주식을 사라고 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천문학적으로 풀렸고, 무역흑자와 외국인 투자로 엄청난 달러가 유입됐는데 원/달러 환율이 아직도 1000원을 한참 웃돌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환율은 좀 더 내릴 공산이 크다. 그 효과는 기업이익 감소와 주가하락, 물가상승 압력 둔화다.

그렇다고 마냥 주식을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일단 지금은 주식을 단계적으로 처분해 현금을 확보할 때다. 미국와 유럽으로 인한 한 두 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기업들의 이익전망치에 대한 눈높이 조절이 마무리되면 주식의 매력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아직 진바닥을 보지 못했으니, 진바닥을 대비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경기확장 국면은 18개월 정도이며, 경기위축 국면은 이보다 짧다. 내년 하반기 쯤에는 지금보다 투자여건이 좋아질 듯하다.

혹시 ‘차화정’으로 대변되는 지난 주도주를 계속 들고가면 언젠가 수익률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일 수 있다. 증시 역사를 보면 위기를 전후해 주가지수는 회복됐지만, 주도주의 모습은 달랐던 때가 많다. 당장 ‘차화정’의 이익모멘텀이 그나마 유리해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전고점을 회복할 정도로 동력이 강해 보이진 않는다. 진바닥이 오면 일단 지수에 투자하고, 이후 발견되는 새로운 주도주에 집중하는 전략을 준비할 때다.

<글로벌증권부 차장@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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