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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 트라우마’ 아직도 진행중
9·11 그후 10년

지난달 워싱턴지진

뉴욕 테러공포로 한때 패닉

애국심 강한 9·11세대 등장


천문학적 戰費·희생불구

아프간·이라크서 전쟁 수행


안보위해 사생활침해 부작용도



#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48분. 92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11편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로 날아들었다. 이어 9시3분에는 샌프란시스코발 유나이티드 항공 민항기가 남쪽 건물과 충돌했고, 30분 후에는 워싱턴 펜타곤까지 무방비 상태로 테러 공격에 노출됐다.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이 미증유의 테러로 3000여명이 숨지고 수많은 시민이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자존심도 무참히 짓밟혔다. 진주만 공습 이후 역사상 최초로 미국 본토가 ‘공격’당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 2011년 9월 1일. 9ㆍ11 테러 10주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고, 지난 5월에는 9ㆍ11 배후세력으로 지목됐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한 2001년 이후 미국 내에서 대규모 테러 공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 정부의 안보강화 조치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반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반전 시위와 사생활 침해 등 비난 여론도 잇따랐다. 지난 10년간 9ㆍ11 테러가 세상을 바꾼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9ㆍ11 세대’ 등장, 트라우마는 여전=9ㆍ11 테러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사회에 ‘9ㆍ11 세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빈 라덴 사살 소식에 백악관 앞에서 성조기를 휘날리며 환호를 지른 수백명의 인파는 대부분 20대 젊은이였다. 이처럼 9ㆍ11 테러를 직접 겪은 세대는 역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애국심과 정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미 재향군인회 총회에 참석해 “9ㆍ11 테러 이후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9ㆍ11 세대’ 미군 병사들의 희생과 봉사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미국 국민들은 9ㆍ11 충격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당시 시민들은 일상생활 자체가 위협에 노출됐다고 느끼며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안보강화 조치와 함께 안정을 되찾아갔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자 뉴욕 시민들은 가장 먼저 9ㆍ11 공포를 떠올렸다. 9ㆍ11 테러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천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식 변화 국내정치 변수로=‘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알카에다 응징에 나선 부시 행정부의 ‘힘의 외교’는 곧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9ㆍ11 테러 이후 준(準)전시상황을 상정하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심지어 특수상황에서는 일반인을 감청할 수 있는 제도까지 허용하면서 9ㆍ11 직후 미국민 사이에서 형성된 ‘위기상황 컨센서스’는 2~3년을 가지 못하고 반작용을 일으켰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이와 관련, “리버럴한 성향을 가진 미국인들은 국가권력이 비대화해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며 “기본적으로 최소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국민들의 전통이 바로 살아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 병사 희생자가 늘어난 것도 민심을 차갑게 돌리는 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빈 라덴 사살 정의실현?=지난 5월 미국의 특수작전으로 빈 라덴이 사살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연설에서 “정의가 실현됐다(Justice has been done)”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빈 라덴 사살로 알카에다의 세력은 분명히 약화됐지만 테러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미국에 잔존하는 최대 위협은 이슬람 테러조직이 미 시민권과 거주민들을 자신의 조직에 끌어들이는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점”임을 상기시켰다.

▶이라크 재건, 반미감정 해소 과제=부시 행정부가 9ㆍ11 테러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이라크 내부 상황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는 데다 무장세력의 위협이 여전하고 부정부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1년 말 이후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지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아랍권의 반미감정도 악화됐다. 미국이 보인 강압적인 외교정책과 관타나모 수용소의 반인륜적 고문 등은 미국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결과를 나았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정부는 이라크 재건과 아랍권 반미감정 해소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안산업 급성장=9ㆍ11 테러로 미국민들의 안보의식이 고조되면서 보안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AFP통신은 최근 “미국인은 각종 테러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들은 전자보안기기, 센서, 경비원 등의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보안산업 진출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고 이들 기업이 지난해 북미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은 36억달러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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