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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혹스러운 한나라 “불만은 많지만 중환자 살리고 봐야”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시장직 연계’ 입장 천명으로 받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당 차원의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오 시장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당내 불협화음이 증폭해 당의 일사분란한 지원에 장애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오 시장 사퇴시 당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판단은 여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도 곧바로 비공개로 돌입,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는 전략 및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모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지 입장을 밝힌 반면,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은 “당을 위기에 빠지게 하는 자충수”라며 걱정했다.

당 관계자는 이날 “당으로서는 오 시장의 결정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죽어가는 중환자는 살리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투표를 목전에 두고 당이 전략을 수정하거나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력을 다해 오 시장을 도와주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우려에는 힘들게 수성한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게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시장 선거와 총선을 놓고 펼쳐질 계파 갈등이 엄습하고 있다.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민주당 무상복지에 제동이 걸리고, 보수층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명확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올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반(反)한나라당 정서 속에서, 오 시장의 패배로 여당이 ‘반 포퓰리즘’이란 깃발을 들고 치러야 하는 10월 보궐선거는 부담 그 자체다.

내년 총선과 대선도 마찬가지다. 오 시장의 사퇴 선언을 높게 평가한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내년 총선 결과에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영향력은 떨어질 것”이라며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선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근 복지 정책 논의 속에 한동안 수면 아래 잠들었던 계파 갈등도 한나라당의 위기 요인 중 하나다. 오 시장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대통령과 버금가는 자리인 서울시장 공천은 내년 총선 공천과 함께 당의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나경원, 원희룡, 홍준표, 박진 의원 등 서울에 지역구를 둔 다선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차기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친박계에 대한 책임론도 벌써부터 나오는 모양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주민투표 운동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이런 가운데 투표율 미달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싸움이 벌어질 경우, 그 과정에서 친박계 후보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하고, 여기에 총선 공천까지 더해 친이ㆍ친박의 감정 싸움은 한층 격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무산 시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는 공세를 유지하면서 유효 투표율 33.3%를 넘기는데 전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오 시장의 ‘배수진’에 투표거부 운동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오 시장이 지상 최대의 정치쇼를 감행했다”며 “어제 발언은 투표율을 높여보겠다는 불법선거운동이자 인질극이자 서울 시민의 정치의식을 깔보는 협박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탈환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나 박영선 의원, 이계안ㆍ김한길 전 의원, 이인영 최고위원의 이름이 시장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정호ㆍ서경원 기자@wishamerry>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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