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2등급간 원유가격차
ℓ당 27원서 4.5원으로 줄어
우유품질 하락 우려
낙농가와 우유업체들 간의 원유(原乳)가 인상 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합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측은 16일 협상에서 원유가격을 ℓ당 기본 130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인센티브 부분이다. 양측은 체세포수 2등급 원유에 대한 인센티브 가격을 현행 ℓ당 23.69원에서 47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체세포수란 젖소의 유방 내에서 떨어져 나온 노폐세포가 얼마나 우유에 포함돼 있는지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젖소는 송아지 생산 3회 이후 우유 생산량이 최고조에 이르는데 송아지를 계속해서 낳을수록 체세포수는 일정 수준 증가한다. 우유에 포함된 체세포 숫자가 많다는것은 상대적으로 해당 젖소가 더 늙었거나 덜 건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A등급 원유는 체세포수에 따라 다시 등급이 5단계로 나뉜다. 1등급은 ㎖당 체세포 수가 20만개 미만이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기준이 되는 체세포수가 늘어난다.
이번 협상 전에는 1등급 원유의 경우 ℓ당 51.50원의 인센티브 가격이 주어졌고 2등급 원유에는 ℓ당 23.69원이 주어졌다. 1등급과 2등급 간의 차이가 ℓ당 27원 정도 발생했다. 때문에 낙농가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1등급 원유를 생산하고자 젖소를 조기에 도태시켜 왔다.
하지만 이번 협상으로 체세포수 원유 2등급의 인센티브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1등급 원유와 가격차가 ℓ당 4.5원 수준으로 줄었다. 낙농가들이 전반적으로 젖소의 도태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이 지금까지 정부와 낙농농가, 우유업체들이 질높은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과는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더 비싼 돈을 내고 더 낮은 품질의 우유를 마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이에 대해 낙농진흥회는 “체세포수 관련 제도 개선은 조기에 도태되는 젖소를 더 오래 기를 수 있도록 해 가축 사육비를 줄이고, 두당 산유량을 늘리는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말과 올해 초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살처분을 실시, 젖소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젖소 도태 시기를 늦추면 원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낙농가와 우유업체의 경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젖소 도태 시기는 상대적으로 빠른 수준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젖소는 평균 2.9회 송아지를 낳은 뒤 도태돼 왔다. 반면 일본에서 도태되는 젖소의 송아지 생산횟수는 3.2회, 미국은 3.7회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