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현주소는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 디자인 공모전 ‘IDEA’에서 최다 수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스위치 그립’을 적용한 캠코더 Q10, 항공 소재 듀랄루민을 적용한 노트PC ‘삼성센스 Series 9’ 등 수상작만 7개에 이른다. 기아차 K5는 대한민국 자동차로는 최초로 올해 레드닷 디자인상 최우수상을 받았고, 건축장식자재기업인 LG하우시스의 경우 iF디자인상에서 창호ㆍ바닥재 등 8개 제품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베끼기’에만 급급해 디자인 후진국에 머물렀던 대한민국 디자인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과 학생은 ‘iF 디자인상’ ‘레드닷(Reddot) 디자인상’, 미국 ‘IDAE상’로 대변되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를 휩쓸며 ‘디자인코리아’ 파워를 떨치고 있다. 휴대폰,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일부 상품군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중소업체의 활약상도 두드러진다. 웅진코웨이, 코맥스 등이 꾸준히 세계 유수 디자인 대회 수상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 중이다. 특히 멀티미디어기기 전문업체 아이리버는 이용자환경(UI) 및 제품, 포장 등 전체 제품라인이 통일미를 유지하는 글로벌 디자인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서울중소기업디자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 IT전자 기업은 시장을 확대하면서 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디자인으로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디자인 혁신이 매출 신장을 견인하는 경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아차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06년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을 영입한 이후 소울, K5, K7, 스포티지R 등의 ‘작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명 ‘호랑이 코’로 불리는 패밀리룩을 완성하며 자사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한때 낙오자였던 현대ㆍ기아차가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경쟁자를 따돌렸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지나치게 단기적 유행에만 매달려 한국 기업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만들지 못한 것이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랄프 비그만 iF 회장은 “애플은 제품군이 단순해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구조지만, 삼성과 LG는 냉장고부터 3D TV까지 만들어내는 거대 기업이다. 디자인 정체성을 하나로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필현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전략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차세대 디자이너의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며 “코리아표 디자인 발전이 국가 브랜드 제고와 시너지를 일으킬 경우 빠르게 디자인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민현 기자/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