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기 우려 아직 남아
반도체株 반등 선두에 설듯
외국인이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돌아서며 증시 최대 업종인 정보기술(IT)주를 얼마나 끌어올릴지 관심이다.
하지만 가격매력에도 불구하고 IT주의 반등 경로는 가파른 ‘V자형’보다는 완만한 ‘나이키형’이나 ‘U자형’이 유력하다. 아직 선진국 경기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업황 회복 전망을 감안할 때 그나마 반등의 선두엔 반도체주가 서고 액정표시장치(LCD)패널주, 발광다이오드(LED)주가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외국인은 삼성전자 2091억원을 비롯해 IT주를 2369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4월 27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대 금액이다. 이날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액 대비로는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날 IT주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으로 뜻밖의 악재를 만난 LG전자를 제외하고 줄줄이 급등세를 연출했다. 17일에도 외국인은 IT업종을 크게 내다팔지는 않고 있다.
IT주는 2분기 실적 부진과 더딘 수요 회복으로 선조정을 받은데다 직전 폭락장에서도 평균 20%대로 하락, 차화정 못지않게 조정의 골이 깊었다. 전고점(종가 기준 52주 최고가) 대비 하락률은 삼성SDI 21.3%, 삼성전자 25.74%, 나머지는 40%대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주가 조정은 IT수요 위축이 지속된 탓이다. 8월 상반기 D램 고정가격은 19%나 급락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IT주의 하반기 추정 실적은 급속도로 하향조정되고 있으나 주가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추정치 대비 각 1조원가량 줄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주가 바닥은 66만원으로 예상했다. 지난 11일 장중 기록한 52주 최저가 68만8000원과 별 차가 없다.
김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적자전환 가능성은 커졌지만, 3분기 D램 가격 하락률을 28%로 가정하면 1만7000원이 바닥”이라고 분석했다.
9일 기록한 52주 최저가 1만9250원에서 11% 정도 낮은 수준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SDI의 밸류에이션도 16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0.68배, 1.1배 등으로 최근 5년간 최저치에 근접했다. 삼성전기의 PBR는 16일 현재 1.44배 수준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는 과거 평균 1.8배에 비해선 낮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저 1.2배를 나타낸 적도 있어 밸류에이션만 놓고 보면 주가는 현 수준에서 10% 정도 더 하락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의 PBR는 1.04배를 나타내지난 2008년 하반기 상장 이후 평균치인 1.4배를 밑돌고 있다. 다만, 2008년에는 0.8배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김영화 기자/ 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