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은 과잉에서 효율로, 단일 패권에서 다자 간 패권경쟁 시대로의 이동이다. 왜 유독 우리 증시만 더 빠지느냐고 하지만, 그럴 만하니 그런 게 시장이다. 달러 패권과 수출에 대한 과잉 의존 구조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더 내다 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원화의 국제 결제 기능을 강화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언제든 외풍에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잉에서 효율로의 전환에는 과잉의 해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기는 당분간 좋지 않을 듯하다. 주가의 동행 지표인 국제유가와 경기선행지수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시장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당장 코스피 2000 회복 가능성도 낮지만, 2500~2700을 외치던 한 달여 전 증권가 예측이 향후 1~2년 내 들어맞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워 보인다.
과잉의 해소는 기업 부문에서도 진행된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이었던 IT가 최근 부진하다. 업계의 주력이던 가전제품, PC를 보면 값이 정말 싸졌다. 물론 새로운 주력이라는 3D나 LED 값은 아직 꽤 비싸지만, 아직도 주력인 LCD TV 값은 형편없다. 웬만한 전자제품 기능은 스마트폰과 태플릿PC에 통합됐다. 게다가 이제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내놓는 제품이 더는 세계적 유행이 되지 않는다. 애플에 맞서는 삼성 갤럭시는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쓰고서야 겨우 2위다. LG전자의 제품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마저 상실되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현재 진행 중인 모바일ㆍ스마트 시대가 애플과 구글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과잉 해소 국면으로 당분간 경기도 좋지 않을 텐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으로 애플ㆍ구글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큰 수익 기회는 당분간 없어 보인다.
잘나가는 자동차도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 1980년대 전까지 미국 자동차는 ‘효용’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이끌었다. 1990~2000년대는 ‘감성’을 앞세운 일본 자동차의 시대였다. 2010년 한국 자동차는 ‘효율’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100% 실력이라고 말하기는 뭔가 껄끄럽다. 엔화 강세, 대지진, 금융위기의 반사이익도 적지 않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화두는 고효율이다. 대체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최첨단 모바일 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기계업종이 아니라 기초과학과 IT의 종합체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열세다. 모바일의 핵심인 글로벌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자동차업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경쟁자들도 하나같이 쟁쟁하다. 제품 하나 잘못 만들면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당장 유망한 건 분명하지만, 마냥 낙관하며 투자하기도 어렵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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