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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남자, 왜 책에 미쳤을까?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산문집
무언가에 집중한 모습은 아름답다. 여기,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책에 빠진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왜 이토록 책을 좋아하는 것일까. 

‘때로는 조용히 아무 소리 없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하다가, 때로는 꿈꾸는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이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看書痴)’라고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p. 24

『책에 미친 바보』(미다스북스, 2011)는 이덕무가 쓴 산문집으로 그가 읽은 방대한 책에 대한 기록과 함께 학문을 익히고 마음을 나눈 벗들과의 이야기, 가족과 가난한 선비로의 일상이 담겨있다. 모든 것을 기록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책에 대한 부분은 특히 놀랍다. 10만의 돈이 생긴다면, 누구나 재물을 탐할 것인데, 그는 절반은 밭을 사고, 가난한 지인과 친척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책을 사서 어질고 똑똑한 이에게 빌려주겠다니. 이는 그 역시 가난하여 책을 소장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밀려와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할 때에는 그저 땅을 뚫고 들어가고 싶을 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두 눈이 있고 글자를 알기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마음을 위로하면 잠시 뒤에는 억눌리고 무너졌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p. 49

<내가 책을 읽는 이유>란 글의 일부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나 역시 책이 있어 절망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이처럼 강력한 치유제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니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벗들과 나눈 편지 중 ‘윤가기’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구절이 있다. ‘예전 우리는 연못 속 물고기 비늘이 서로 모여 있는 것처럼 함께였는데, 지금은 구름 속을 나는 새로 날개를 따로따로 펼치는 것과 같이 되었군. 작년도 올해도 이렇게 떨어져 지냈는데, 내년에는 또 어찌 되려나. 매번 이런 생각이 들면 서운한 마음을 견딜 수 없네그려.’ p. 143

만나지 못하는 벗을 향한 그리움을 멋지게 표현한 이 구절에 내 마음을 담아 친구에게 전하고 싶다. 일상에 대한 글이 모두 기쁘고 즐거운 건 아니다. 어찌 생이 항상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누이의 죽음에 대한 글은 절로 눈물이 난다. 시집간 누이가 병들어 친정에 와서도 가난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 장남인 그가 느꼈을 슬픔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남들이 형제가 모두 몇이냐고 물으면 누구와 누구 해서 모두 넷이라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그럴 수 없겠구나. 네 몸이 굳어서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되었으니, 이는 내 살을 벗겨내는 것 같은 고통이다. 형이 아우의 죽음을 불쌍히 여기고, 아우가 형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는 이치는 당연한 것이니, 그 순리를 어길 수는 없지만, 네가 태어나고 죽는 것을 다 보았으니 나는 원통하고 괴로울 뿐이다. 너는 비록 편하겠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울어주겠느냐. 컴컴한 흙구덩이에 차마 옥 같은 너를 묻고 나니, 아 슬프다!’ p. 212

글은 그 사람을 닮는다고 했던가. 조선 후기의 문인 이덕무의 글을 통해 그를 읽는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분명 반하고 말 책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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