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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펀드시장에도 적극적 소비자 필요
당찬 한국 소비자들

펀드시장선 유독 소극적

투자상품 정보 사전조사로

주도적 소비활동 나서야



자산운용사의 대표로 있는 필자는 지인들로부터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 펀드 어떠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하지만 해당 펀드에 가입한 경위를 되물으면 대개 판매창구 직원의 권유를 받고 계획에 없던 상품에 가입했거나, 혹은 관심 있게 지켜보아 온 특정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창구를 찾았으나 창구직원이 다른 펀드, 보통은 해당 판매사의 추천펀드, 가입을 권유해 이에 투자하게 됐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경우 막상 가입은 했으나 사전에 해당 펀드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부족했던 만큼 왠지 모르게 속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중도에 해지하자니 수수료 부담과 기회손실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펀드 투자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불만 사례를 접할 때면 어쩐지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그동안 지켜봐 온 한국 소비자의 힘과 적극성은 실로 대단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한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가격 인하로 치킨 가격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한국 소비자들은 소비자 권익을 확보하기 위한 인상적인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했다.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실제로 치킨 가격 인하라는 구체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들은 소비자 주권을 정당하고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하지만 유독 펀드시장에서는 이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불만만 늘어가는 것인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이제 펀드 판매사는 상품 판매에 앞서 투자자에 대한 투자성향 조사와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제공이 의무화됐다. 이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제도 개선도 투자자 본인의 인식개선 및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이제 한국의 펀드시장에서도 소비자의 힘을 보여줄 때다.

한국의 펀드시장에서 본인의 소비 성향을 정확히 인지하고 스스로 관심이 가는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 구매하는 ‘적극적 소비자’가 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결코 낯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쇼핑에 앞서 인터넷에서 상품 정보를 찾아 사용후기도 읽어보고 가격 비교 끝에 구매하지 않는가. 작은 물건을 하나 살 때에도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하물며 개인의 재산ㆍ노후와 직결된 금융상품을 가입함에 있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한국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개인의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금융사들의 월지급식 펀드, 변액연금 등 다양한 상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어떤 성격의 상품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수익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금융상품 가입 시 꼼꼼한 사전 조사와 분석은 필수다. 적극적 소비자의 출현으로 한국의 금융시장은 더욱 긴장하고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비자 자신을 위해, 나아가 펀드시장의 문제 타파를 위해 금융시장에서도 적극적 소비자가 활약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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