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상상력을 맘껏 펼쳐라’고 말한다. 이렇게 상상력을 강조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나아갈 수 있는 건 인간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희망을 꿈꿔나가기에 상상력 즉 creative mind가 중요하지 않을까.
1976년 작품 ‘거울 속으로’를 보면 이러한 생각에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실 장면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1인용 소파에 각각 앉아 있다. 둘의 표정은 무료하고 심지어 아빠는 자고 있다. 아이는 외로움을 씻어내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한다. 개가 사람을 이끌고 성가대 소년들이 비처럼 내리는 장면에서 아이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아이의 외로움은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현대인이 겪는 문제. 작가는 외로움 극복 방안으로 상상력을 제시하고 있다. 꼭 그림책과 같은 재치있는 상상력이 아니라면 어떤가. 트위터 상에서 팔로워로만 되어있는 유명인사가 나와 맞팔을 하고 친해지는 상상도 좋다.
‘사냥꾼을 만난 꼬마 곰’에서는 꼬마 곰이 가진 마술연필이 사냥꾼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술연필로 그리는 그림은 살아서 움직이는 존재로 탈바꿈 한다. 마술연필이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검은 고양이와 다른 동물을 구출하는 데에도 마술연필은 사용된다.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잡히고, 꼬마 곰은 롤러 브레이드를 그려서 고양이를 구출하러 시내로 나간다.
상상력의 파워는 모두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닳지 않는 공공재까지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력으로 위기 극복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그림책도 있지만, 교훈을 주는 그림책도 있다. 회상해 보자. 어렸을 적 우리는 ‘양치기 소년’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았나.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도 곳곳에 교훈이 담겨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1995 축구선수 윌리’다. 윌리는 원숭이로 앤서니 브라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윌리는 풋볼을 좋아하지만, 좋은 축구화가 없다. 어느 날, 고스트 원숭이가 등장해 좋은 축구화를 윌리네 집에 두고 간다. 신이 난 윌리는 축구경기 날까지 애지중지하며 보관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얼마 안 남았을 때, 축구화를 집에 놓고 온 걸 깨닫게 된다. 축구화가 좋지 않아도 윌리는 1골을 넣는다. 후반에 윌리는 S자로 달리며 모든 수비들을 물리치고 역전 골을 넣는다. 그림에서는 공이 중앙에 위치하고 골키퍼 다리 사이로 힘차게 공을 찬 윌리가 보인다. 여기서 담고 있는 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더라도 마음가짐이 안일하다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내는 마음가짐의 힘, 즉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서 그런지 그림책 전시이지만 둘러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시 중간에 백남준 이래 세계적인 영상작가인 이이남 씨의 작품도 있다. 홀로그램 등을 이용한 영상인데 가족사진에는 모든 캐릭터가 움직이며 등장하고, 모나리자로 탈바꿈한 윌리도 있어 보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앤서니 브라운 전시회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는 전시다. 독특한 상상력을 받아들일 관대한 마음과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머리만 있으면 된다. 고전작품의 전시를 보는 게 힘들거나 한 번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앤서니 브라운 전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1. 모든 전시는 촬영이 가능하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그림책 주인공과 사진을 찍어보자. 찰칵!
2. 전시장 마지막 즈음에 동화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소설책을 다 읽으려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동화책은 10분이면 가능하다. 상상력의 양식을 쌓아보자.
전시를 백배 즐기는 방법 Ti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