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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동 "지금은 비상상황..장기전 각오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전세계를 ‘공황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를 ‘비상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장기전에 대비할 것을 주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금융불안에 대해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나나 전문가라는 인사들이 “한국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튼튼하다”, “미 신용강등의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다”라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말만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이 현실을 냉혹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의 미국과 유럽, 한국의 금융시장 동향을 감성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냉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지 시장의 안정이나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긍정적 발언만 한다면 오히려 시장의 신뢰는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신뢰의 위기가 형성된다면 현재의 실체적 위기를 능가하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 쓰나미는 진정한 공직자의 자세가 무엇인지, 신뢰받는 전문가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7년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모두 신뢰의 상실로 위기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김석동 "비상상황, 장기전 각오해라"=김 위원장이 ‘영원한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작금의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해 칼을 빼들며 진두지휘 나섰다. 9일 금융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일 오후 열린 간부회의에서 “금융위 직원들의 존재이유는 비상시인 지금에 있다”며 “이제는 전선의 군인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책임성과 과단성있게 조치를 취해달라.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상황에 대해선 2008년 금융위기의 연장선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8년 위기는 단기간에 금융부문의 급격한 불안이 나타났지만, 이번 상황은 실물경제의 불안과 연계된 남유럽 재정위기에서 촉발됐다”며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정책대응 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긴 시간에 걸쳐 실물부문의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의 외화유동성 문제에 대해 유럽에서 36%, 미국에서 28%, 아시아에서 35%를 조달하는 현재의 외화차입 구성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장·단기 외채만 갖고 고민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중국과 중동지역 국가 등으로 차입원을 다변화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가능한 대책을 치밀히 준비해야 한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장한 각오로 대처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글로벌 증시 초토화=주초인 8일 아시아에서 시작된 주가폭락 사태는 유럽을 거쳐 미국 및 중남미로 지구를 한바퀴 돌며 각국 주가를 차례차례 폭락시키며 공포를 증폭시켰다. 글로벌 증시 초토화의 여파는 다시 9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의 쓰나미를 몰고왔다.

9일 서울 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800선이 힘없이 무너진 데 이어 장중 한때 1700선이 붕괴되는 등 바닥을 알 수 없이 폭락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410선대로 추락해 4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장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되는 등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61.57포인트(3.29%) 급락한 1807.88로 개장, 2분여 만에 1800선을 무너트리더니 낙폭을 확대해 장중에는 전날보다 106포인트 하락한 1762.74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후 약세행진을 지속하다 오전 11시40분께에는 1700선이 붕괴되는 등 시장 기능을 사실상 상실해가고 있다.

코스닥지수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코스닥지수는 16.99포인트(3.67%) 떨어진 445.70에 개장해 장중 7% 이상 급락하는 등 초약세를 이어갔다.  오전 9시23분에는 스타지수선물과 스타지수선물스프레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내려졌으며 11시40분을 넘어서며 하락률이 10%를 넘고 있다.

당초 이번 신용강등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간 셈이다. 가장 창피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보고 싶다면 증권가에 가서 이들 애널리스트를 바라보면 될 것이라는 씁쓸한 유며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8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34.76포인트(5.55%) 급락한 1만809.85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심리적 저지선인 1만2000선이 붕괴된지 4 거래일 만에 1만1000선도 힘없이 무너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79.92포인트(6.66%) 내린1119.46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174.72포인트(6.9%) 하락한 2357.69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앞서 개장한 유럽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영국 런던의 FTSE100 지수는 3.39% 하락한 5068.95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30 지수는 5.02% 급락한 5923.27로, 프랑스 파리의 CAC 40 지수는 4.68% 떨어진 3125.19로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FTS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장중 한때 935.83까지 떨어졌다가 3.4% 하락한 942.15로 거래를 마쳐 2009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향했다.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값(12월물)은 지난주말 종가보다 61.40달러(3.7%) 급등한 온스당 1713.20달러에 거래를 끝내며 사상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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