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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外人 엑소더스…‘랩’ 이대로 백기투항?
3일간 外人 1조5천억원 매도

개인 2조원 순매수와 대조적


일부 자문사 보유물량 축소

개인 매도행렬 동참 가능성


랩 추가이탈조짐 아직 없어

내주 포트폴리오 재편 관건



세계 경제불안으로 국내외 증시의 대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수급주체별 움직임이 향후 증시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주목된다. 외국인은 지난 3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1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2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그나마 지수 하락을 방어해왔다. 개인 매수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자문형 랩에 수탁된 유사 기관자금이다. 그런데 이들이 5일에는 대거 물량 처분에 나서면서 그동안의 외국인 매도 공세에 결국 손을 드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물량은 펀드와 연기금 등 국내기관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의 움직임은 자문형 랩과 외국인의 한판 승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랩도 매도 행렬로 방향 전환하나=미국 경기지표 부진으로 증시에 검은 구름이 드리운 지난 2일 이후 외국인은 1조5931억원을 순매도했다. 매도 종목은 그동안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자동차와 화학은 물론 전기전자(IT)와 금융까지 거의 전 업종이다.

외국인이 최근 3거래일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기아차로 매도 규모가 1443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기아차는 9.3% 하락했다. 각각 1145억원과 1030억원 매도한 LG화학과 현대차는 -14.3%, -11.3%의 기간 등락률을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1조871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자문형 랩 자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증권 창구 거래내역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4일 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LG화학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등은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10위 리스트에 올랐던 종목이다.

랩과 외국인이 승부를 펼치는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승부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전일 미국 증시가 5% 안팎 크게 하락한 가운데 열린 5일엔 개인이 오전 9시50분 현재 코스피에서 4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선도하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대형 자문사의 경우 이미 전일부터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나 화학주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그래서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방향성도 봐야겠지만 일단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 리스크 관리에 나설 시점이다. 전체적으로 주식 비중을 낮추고 있으며 미국 경기가 문제의 핵심이라 기존 경기에 민감한 차ㆍ화ㆍ정보다는 내수 쪽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랩 자금 이탈 없어=다만 아직까지는 자문형 랩 상품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는 기미는 없다. 삼성증권의 경우 전일까지는 자금 변화가 거의 없었다.

증시가 급락했다고는 하나 아직 수익률이 플러스인 만큼 좀 두고 보겠다는 고객이 많다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3일 동안 아시아 등 주요국에서보다 한국 시장에서 유독 강도 높게 매도를 펼쳐온 외국인이 정작 미국 증시가 대폭락한 5일에는 매도세가 약화하고 있는 점은 증시가 조만간 안정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다음주 중 냉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외국인이 어느 정도 속도로 커버링하느냐와 랩이 물량을 얼마나 털어내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꿔가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ㆍ안상미 기자/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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