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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은 에너지 빅매치의 날
26일 오전 7시 최중경 장관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에너지를 맡고 있는 지식경제부 장관인 그에게 오늘은 ‘빅매치의 날’이다. 지난 수개월을 지루하게 끌어오던 전기료 인상 방안이 오늘 발표되는 데다 국정 최우선순위 과제인 물가와 에너지 관련 회의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는 오전 8시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해 하절기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보고했다. 혹시나 송배전 설비에 사고가 생기면 낭패일 수 있어 발전소 책임운영제와 긴급 복구팀을 24시간 대기제로 운영하는 ‘고장ㆍ복구 패트롤제’를 보고 내용에 담았다. 최근 전력 상황은 올여름 최대 공급력(7897㎾)을 확보했음에도 안심할 수 없다. 냉방온도 제한제를 비롯해 조업 시간 조정 등 에너지 수요를 관리 중이지만 예상치 못한 수급 상황의 급격한 변화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 특히 예상보다 수요(7477만㎾)가 급증하거나 예상치 못한 발전기 고장이 일어날 경우에는 예비력 400만㎾ 확보가 곤란할 수도 있다. 이날 언론에 배포한 관련 자료의 제목도 ‘전력 수급 안정 위한 총동원령’이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제목이다. 현재 지경부가 느끼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국무회의를 마친 그는 이어 곧바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9층으로 향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첫 번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최근 물가 동향 및 대응 방향, 공산품 가격 안정 방안 등 6건의 안건 등 물가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특히나 정유사의 기름값 100원 할인 기간이 종료된 이후 슬금슬금 오르는 기름값 동향은 빠지지 않는 핵심 안건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공산품 가격 오름세를 어떻게 진정시킬지 타 부처 장관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회의 도중 박 장관에게 양해를 구한 그는 오전 10시30분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전 11시 과천종합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해야 되기 때문이다. 전기료는 하반기 줄줄이 인상이 예정된 공공요금 중 첫 번째 타자다. 그래서 특히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달간의 밀고 당기는 부처 간 협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애초 평균 7.6% 인상안을 내놨지만, 밀리고 밀려 4.9%로 낙착되기까지는 정말 피 말리는 협상의 과정이었다. 자고 나면 백가쟁명식 아이디어들이 제기되고, 또다시 협상에 들어가고…. 지루한 협상은 이틀 전에야 간신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점과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해 전기료 유가연동제를 관철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를 감안해 이번에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오후 2시에는 다시 정유회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한다. 지난주 대통령 주재 물가회의의 후속이다. 어떤 묘책으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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