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계3대 신평사 전횡에 유럽, 러시아 중국 자체 신평사 설립 움직임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의 패권에 맞서 유럽연합(EU)와 러시아 등에서 독자적인 신평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로이터와 월스트리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국가들은 미국계 신용평가사가 역내 재정불량국에 대한 잇따른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치로 유럽 재정위기를 부채질했다고 판단해, 자체 신평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계 신평사들을 겨냥해 “독과점 구조에서는 시장을 조작하거나 지배적 위치를 남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이 때문에 경쟁을 많이 할수록 좋다는 게 우리 신조”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글로벌 신용평가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며 “이들의 평가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무디스가 지난 5일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네 단계나 강등한 뒤에 나왔다. 이는 세계3대 신평사에 대한 유럽 내 들끓는 비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유럽 재정위기에서 신평사들은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EU국가들은 신평사들이 위기를 제대로 예견하지도 못한데다가 이미 극심한 재정난에 처한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오히려 화를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미국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한 반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훨씬 가혹하게 평가해,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유럽 뿐만 아니라 러시아 ,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도 독자적으로 신평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들도 미국계 신평사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내년에 독자적인 신평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새로운 신평사를 설립하면서 유럽과 브라질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중국도 지난해 미국 이외 국가에서는 최초로 국채 리스크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인 다궁(大公)을 설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유럽계 신평사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평사 설립에 있어 정치적 독립성의 보장을 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