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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인터뷰 “올 수능 ‘영역별 만점 1%’ 최대한 실현”
6월·9월 모의평가 심층 분석

정부 제시수준 충족 노력


시험 적정 난이도 유지

등급블랭크 없도록 최선


美 SAT·ACT등은 역량검사

수능도 자격고사화 돼야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정동 평가원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원칙인 이른바 ‘1% 룰(영역별 만점자가 1%가 나오도록 출제)’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적정 난이도를 유지해 ‘스테나인(9등급제)’에 따른 등급 간 비율을 무너뜨리지 않고 ‘등급 블랭크’ 현상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주요 교육 정책인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만드는 데에 참여했던 성 원장은 “교육과정은 과정에 포함된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 교사, 대학생이 아닌 앞으로 과정을 이수할 학생을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과정을 담당 중인 기성세대에 의해 과정을 구성하는 데에 여러 제약이 있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탐구 영역 최대 선택 과목 수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나고, 응시 횟수가 연 1회로 조정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손질’ 등을 사실상 ‘교육 개혁의 후퇴’로 보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정부는 ‘영역별 만점자가 1% 나오도록 수능을 출제하겠다’는 ‘1% 룰’을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상당수 영역에서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11월 본 수능 때 ‘1% 룰’이 지켜질지.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13일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임기 중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은행식 출제를 도입하려 한다”며 “수능이 자격고사화돼 가는 시점에서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6월 모의평가 결과는 수능-EBS(교육방송) 연계 정책에 대비해 수험생들이 적극적으로 EBS 방송과 교재를 학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9월 모의평가와 본 수능에서는 EBS 연계 교재의 수가 확대돼 수험생이 학습할 내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 재수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변수가 있어 만점자 1%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3월 부임하자마자 수능 시행 이래 처음으로 지난 4년간 원점수 분포와 문항 난이도를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담당자들과 워크숍을 하는 등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6ㆍ9월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결과를 통해 정부가 제시한 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출제하겠다.

-일부에서는 평가원이 ‘1% 룰’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쉽게 낼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물 수능(쉬운 수능)’이 돼 변별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평소 ‘물 수능(쉬운 수능)’과 ‘불 수능(어려운 수능)’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쉬운 수능이라고 무조건 변별력이 없는 건 아니다. ‘물ㆍ불 수능’이란 용어는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으며,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 ‘쉽다ㆍ어렵다’에 대한 판단은 학생마다 다르다. 바람직한 수능의 수준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근거해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학생이라면 평이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단위의 시험은 일반적으로 중간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종전 수능은 학생들을 변별하려는 행정 기능이 강조돼 어렵게 출제된 경향이 있었다.

-최근 “세계 교육 평가의 흐름이 ‘스피드 테스트’에서 ‘파워 테스트’로 넘어가고 있다”며 “수능이 자격고사화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평소 소신인가.

▶수능시험이 고안될 1990년대에는 대학 입학 전형자료가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1994학년도에 처음 실시된 수능은 매우 어렵게 출제돼 학생을 서열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학사정관 전형, 특기자 전형 등을 포함한 수시 전형이 총 선발 인원의 62%나 된다. 세계적으로도 지필검사, 선다형 문항에 의한 시험점수보다는 학생의 능력을 대입 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능은 제한된 시간에 빨리 문제를 풀 수 있는 속도검사보다 충분히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검사가 돼야 하고, 그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 미국의 SATㆍAC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모두 속도검사보다는 역량검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수능은 역량검사의 성격을 지니면서 등급이나 일정 점수를 제시해 활용하는 자격고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면 수능도 SAT처럼 문제은행식 출제로 가야 한다. 수능과 연계 중인 EBS 교재가 문제은행이 될 수 있다. 교재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나올 내용으로 꽉 차 있어 이를 완수하면 기초학력은 끝낸 거라 볼 수 있는 전제라면 말이다. 수능의 문제은행식 출제는 재임 기간(3년)에 기초를 마련해주려 한다.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도 출제되는 문항들을 수합 중이어서 장차 그렇게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능의 변별력은 떨어지겠지만, 이를 통해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논술 등 본고사의 비중을 대학들이 늘릴 수도 있을 텐데.

▶우리나라도 이제 수능 점수 위주의 학생 선발을 개선해 잠재력, 인성, 특기ㆍ적성, 흥미, 장래희망 등을 고려한 학생 선발 방식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또 만점자 비율이 높아도 수능 반영 시 언어ㆍ수리ㆍ외국어ㆍ탐구 등 영역별로 다양한 조합 또는 가중치를 활용하게 되므로 충분히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 대부분 대학은 논술고사를 수시에 실시하고 있으며, 수시에서 수능은 최저 학력 기준으로만 사용되므로 수능 부담 완화가 논술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학자로서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수월성과 평등성, 교육의 양대 테마를 어떻게 보나. 교육이란 어떻게 실현될 때 보다 이상적이면서 학생들을 보다 바르게 가르칠 수 있을까.

▶수월성과 평등성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수월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우수한 학생은 더 발전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더 발전해 우수한 학생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수 학생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기초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두 집단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에게 각기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닌 독특한 존재임을 명심하고 존중하며 귀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의 개인 존중 교육이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abc@heraldcorp.com

정리=신상윤 기자/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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