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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타닉호선 누구도 살 수 없다”…유로존 공멸위기 고조
기로에 선 유로존
獨 압박하는 유럽연합

메르켈, 차환방식 반대 고수

각국정상·IMF등 압박 나서

伊 긴축안 지연 불똥 우려감


해법 여전히 ‘시계제로’

유럽銀 건전성 평가에 촉각

불량 속출땐 또다른 대혼란

IMF “시장 불확실성 큰문제”



“타이타닉 호에서는 1등칸 손님도 결코 살아날 수 없다.”

이탈리아의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14일 그리스 민간채무 해결 방식에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며 유로존 지도자들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이 유로존 국가들의 분열로 한 달 이상을 질질 끌다 못해 이탈리아까지 흔들고 있는데도 메르켈 총리가 15일 긴급 유로존 정상회동을 거부하면서 커지고 있는 절박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유로존은 그리스 민간채무 축소조정 방식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무디스, S&P 등 국제신평사들의 입장이 서로 얽히고설켜, 시급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이 지연되고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전염됐지만 여전히 해법은 시계 제로로 공전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유로존 회원국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와 대립 등 정치적 난맥상이 결국 유로존 회원국 이탈과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르켈의 결단 촉구=메르켈의 거부로 15일 유로존 긴급 회동이 무산되면서 14일 유럽연합(EU) 지도자, 그리스 총리,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독일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럽 관리들에 따르면 헤르만 반롬푀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5일 유로존 정상들이 긴급 회동해 그리스 민간채권에 대한 30년물 국채 차환 방식인 이른바 프렌치 해법을 논의하자고 했으나, 이 방식에 반대해온 메르켈 총리가 사전합의 없는 회동에 반대하며 무산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독일은 ECB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스 민간채권자들에게 7년물 국채를 강제 차환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그리스 채권의 근본적인 감축은 가능하지만 신평사들의 그리스 디폴트 처리와 유로존 금융시장 동요는 불가피하다.

▶그리스 절박한 호소=이날 유로존 정상회동이 무산되자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앞으로 2주 정도 시간이 있다. 이 안에 추가 구제금융에 대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그리스가 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유로존 수뇌부가 최근 논의하고 있는 EU의 재정안정기금(EFSF)에서 그리스 국채를 시중 매입해주는 방안에 대해 그리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발등의 불 이탈리아=이탈리아 역시 그리스 해법 지연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날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이런 격한 심경을 표하면서 이탈리아 상원은 450억유로의 긴축안을 가결했고 15일에는 하원에서 가결, 사상 최고 속도로 긴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애초부터 긴축안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 디폴트 우려 때문에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탈리아 역시 EU 지도부의 그리스 해법이 합의돼야 한숨 돌릴 수 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이탈리아는 총 50억유로의 국채를 공매했는데 사상 최고 금리를 기록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5년물 국채금리는 4.93%로 3년래 최고치, 15년물은 6% 선에 판매됐고 시중 10년물 국채금리는 5.63%로 여전히 심리적인 5%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6%가 넘어가면 금융시장에서 국채 추가 발행으로 지탱하기 힘들어지고, 7%가 넘으면 국제금융시장에 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그리스 해법 대치로 결국 이탈리아까지 위기에 몰린 상황에 대해 “위기가 마치 돌연변이(괴물)처럼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늘 유럽은 명운이 걸린 포인트에 도달했고 이제 유럽의 구출은 금융지원이 아니라 정치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 이상 실수를 저지르기도 힘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을 향해 “타이타닉 호에서는 1등칸 승객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IMF도 우려=IMF의 유럽 담당 부총재인 아자이 초프라도 이날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유럽은 유럽의 문제에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중요한 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순방 중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독일도 조속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를 원하지만 구제금융 내용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해 여전히 요지부동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 스트레스 테스트에 스트레스=15일 유럽 은행들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90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역시 유로존 금융권에 스트레스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의 헬라바 은행이 영국 소재 유럽은행당국(EBA)의 테스트 심사 기준에 불만을 제기하고 테스트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15일에 스페인의 4개 저축은행, 그리스 3개 시중은행 등 10여개 은행이 테스트에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EBA 기준과 차이가 많은 독일 은행들이 이번 테스트에서 실제보다 안 좋게 나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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