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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곡하는 삼계탕
길어진 장마…먹을거리 2題
잦은 물폭탄 초복특수 실종

매출20% 감소 일부선 휴업


14일 초복. 서울 경복궁 인근 ‘ㅌ’ 보양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쉬지않고 쏟아져 내리는 장맛비가 원망스러운 듯 연방 하늘만 쳐다봤다. 연중 최고의 대목인 초복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내부는 다소 한산한 느낌마저 감돌았다.

박 씨는 “예년 초복엔 손님들이 100명 이상 몰려 3회전 했는데 올해는 2회전도 힘들다”며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그는 또 “삼복 전후로 날씨가 쨍쨍해야 장사가 잘되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옆가게는 얼마 전에 한동안 문을 닫았다”고 한숨을 쏟아냈다.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ㅎ’ 삼계탕 전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11시 40분이면 꽉 들어차던 식당 홀 내부가 올해는 90%를 간신히 채웠을 뿐이다.

‘ㅎ’ 삼계탕집에서 일하는 종업원 신모 씨는 “오늘 초복이라 손님들이 평소보다 많이 찾아왔지만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문 밖으로 10~15명 이상 길게 줄을 섰던 작년과 비교하면 장사가 덜된 편”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식당 주인 신덕승 씨는 “작년 복날에 비해 오늘은 매출이 대략 20% 정도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복날 장사는 날씨가 중요한 변수다. 평소에도 더워야 장사가 잘된다”며 “조만간 장마가 끝난다고 하니 중복, 말복엔 좋은 소식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신사동 먹자골목 내 ‘ㅇ’삼계탕집. 30평 남짓한 ‘ㅇ’삼계탕의 매장엔 삼계탕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문 앞에선 10여명의 손님들이 줄지어선 채 테이블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20%이상 손님이 줄었다는 게 이 식당 종업원들의 얘기다.

그랬다. 이번 초복은 장마와 날씨 때문에 삼계탕 등 보양식 특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게 외식업계의 중론이다. 광화문 인근 식당가에서 만난 회사원 한태호(29) 씨는 “오늘은 초복이지만 삼계탕을 먹지 않았다. 삼계탕은 한참 더울 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번 초복은 서늘하고 굵은 빗방울까지 내려 다른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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