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찮거나 언짢은 일을 그럴듯하게 좋게 풀이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번 주 시작된 2분기 실적시즌 국내 증권사들의 ‘장밋빛’ 보고서들은 이 속담을 떠오르게 만든다. 애널리스트들은 문제가 없다지만 실적 부진 우려로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칠 치고, 목표주가와 괴리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영업을챙겨야하는 증권 리서치의 구조적 한계 탓이 크지만,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적시즌인데 실적부진이 문제 아니다?= 1분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OCI(010060) 주가는 지난 5월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37.3% 빠졌다. 이 기간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하락시 매수’가 대다수였다. 부진한 2분기 실적이 공개된 다음날인 14일에도 8개 증권사는 ‘공급물량 증가 기대’라며 치켜세웠다.
삼성증권의 경우 5월19일, 6월7일, 6월16일 연이은 리포트에서 “주가하락은 단기조정이고, 폴리실리콘 제품 스폿가격 하락은 제한적”이라며 반등을 예상했고,2분기 실적예상치도 내놓지 않은 채 글로벌 업황 회복에 기대해 목표주가 87만원을 제시했다. 그리고 실적 공개 다음날 66만원으로 낮췄다. OCI 현재 주가는 40만원도 안된다. 단기 투자 매력도가 낮다는 보고서는 골드만삭스, 유진투자증권 정도 뿐이었다.
15일 헤럴드경제가 현대중공업(한국투자증권), 현대제철(하이투자증권), SK이노베이션(키움증권), 대한항공(NH투자증권) 등 2분기 예상실적이 전년동기 또는 전분기 대비 저조하거나 예상치에 미달하는 주요 종목들의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한결같이 “실적보다는 하반기 실적 또는 업황개선을 기대해보라”는 입장이었다. 실적이 좋으면 좋으니까 사고, 실적이 나쁘면 바닥이 가까우니 사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 종목들은 실적 시즌이 본격 개막된 이번 주 들어 평균 3%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목표주가와의 괴리율도 현대중공업 30.7%, 현대제철 20.9%, 대한항공 24.5% 등으로 벌어졌다.
최근 SK증권은 리서치센터장까지 직접 나서 계열사인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다.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는 부정적이라는 게 증권가 컨센서스다.
▶줏대 없는 증권사 리포트 까닭은= 리포트를 들고 연ㆍ기금, 운용사 등 기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을 뛰어야 하는 증권사의 ‘을’의 입장은 구조적으로 ’장밋빛’ 리포트를 쏟아내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을 찾아가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법인영업 담당자, 대기업 IR담당자를 만나 기업 정보를 하나라도 더 들어야 하는 애널리스트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도 리포트는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1분기(4~6월) 국내 증권사들의 저조한 실적도 영업을 위해 더욱 발버둥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증권사 리서치를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4~6월) 실적전망 컨센서스가 있는 6개 주요 증권사 가운데 1곳(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증권사의 1분기 영업수익(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 안팎 줄어들었다.
<한지숙ㆍ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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