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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우, 추석엔 꼭 명예회복” 횡성의 꿈
예년보다 빠른 한가위…물량 확보에 바쁜 유통가
구제역 파동 힘들었는데…

사육급증에 물량해소 걱정

사료값도 크게올라 이중고

장마 길어 과일작황 안좋아

한우 선물세트 반사익 기대

물량 털어야 가격급락 없는데…





“올 추석에는 한우가 최고의 선물이 될 겁니다. 상품의 질이나 가격을 봐도 한우가 최선이지만, 이번 추석에 소비를 못하면 앞으로 한우값이 더 떨어질 상황이라 바이어들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지난 8일 강원도 횡성. 추석용 한우 선물세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횡성을 찾은 홍성진 이마트 신선담당 바이어는 부슬부슬 내리는 장맛비를 뚫고 자동차가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곧장 한우 목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홍 바이어는 한우 농장에 들어서며 “올해 추석 선물세트의 승부처는 한우”라고 자신했다. 홍 바이어가 장맛비를 뚫고 강원도 횡성을 찾은 것도 고품질 한우를 확보하기 위해서란다.

횡성은 국가대표급 명품 한우의 본고장답게 마을 입구부터 소 울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졌다. 한우 농가들도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목을 준비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했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에 이어 한우값 폭락 사태를 고스란히 겪은 횡성지역 축산농가들은 이번 추석 대목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우 100여마리를 키우는 A농장 관리인은 “추석 대목 물량을 맞추기 위해 사육 중인 한우에 고급 사료를 먹이고 대형마트에 공급할 한우를 막바지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다른 한우 농가들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횡성 일대 한우 농가들은 이번 추석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선물용과 명절 상차림용으로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 명절이 한우 물량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횡성축협 관계자는 “하반기 한우값은 추석 때 얼마나 많은 물량을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애타는 심정을 내비쳤다.

횡성의 자존심을 지켜온 한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1년 사이에 구제역 파동과 한우 사육두수 초과 등의 사태가 잇따르면서다. 유병수 횡성축협 전무는 “ 적정두수 250만마리보다 많은 300만마리가 사육되면서 한우값이 급락하는 반면 사료값은 크게 올라 축산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축협 관계자들과 홍성진(오른쪽) 이마트 신선담당 바이어가 횡성축협 생축장에서 출하를 앞둔 한우를 살펴보고 있다.

횡성 일대 한우 농가들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는 올해 추석 대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최근 하락한 한우값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줘 수요를 키우는 플러스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 심리도 숨기지 않았다. 또 긴 장마로 인해 과일이나 생선 선물세트 대신 한우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도 기대하는 눈치다.

홍 바이어는 “과일이나 생선을 담당하는 바이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산지를 훑을 정도로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며 “올해는 작황이 걱정되는 과일보다는 한우 선물세트의 인기가 꽤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횡성은 가격 폭락사태를 예방하려는 듯 추석 한우 출하량 조절에도 신경쓰는 광경이 자주 목격됐다.

출하 물량이 몰릴 경우 자칫 한우가격 급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홍 바이어는 “이마트는 어려움을 겪는 한우 농가를 살리기 위해 수급조절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마트는 추석 명절에 필요한 한우 선물세트 물량의 70~80%를 이미 준비 완료한 상태다.

홍 바이어는 “지난해에는 구제역 때문에 소비자들이 한우를 기피하는 바람에 팔리지 않은 선물세트를 이마트몰에서 반값에 판매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며 “올해는 선물 수요가 한우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보다 20~30%가량 물량을 늘려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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