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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설픈 수사 피해막심…기업인들 쓴소리 “쓰레기만두 파동 기억했으면…”
성급한 발표로 사장 자살

무죄판결후 보상한푼 없어


‘수사=처벌’ 관행 버리고

전문성·인권성 갖춰야



지난 2004년, 비전푸드의 신영문(35) 사장은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유는 영업 부진 탓. 한 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이 업체는 경찰이 “불량 무말랭이를 이용한 쓰레기만두를 만들었다”는 수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급속히 기울었고, 사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09년에 와서야 “경찰의 수사가 잘못됐으며, 상당수의 기업이 불량 무말랭이를 쓴 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이미 회사가 부도나고 피해 업체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은 1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대강당에서 전국 363명의 일선 경찰서 수사ㆍ형사과장 등 576명의 경찰관이 참석한 가운데 외부 인사 10명을 초빙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 홍정호 부장은 “ ‘불량 만두소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의 수사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삼양식품도 1989년 ‘공업용 쇠고기 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검찰 발표로 고통을 겪었다. 결국 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시장을 잃은 뒤다. 98년에는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이 터져 긴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이 났지만, 30여 영세 업체가 부도난 다음이었다”고 관련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악의적인 음해성 투서에 따른 수사로도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수사를 경찰에 당부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수사는 처벌이 아닌데, 수사기관들은 이를 처벌로 생각하는 관행이 있다”며 “경찰은 ‘인권 침해를 안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적극적인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정철승 감사는 경찰의 전문성 문제와 독립성 문제를 꼬집었다. “변호사들의 경우 경제ㆍ지능범과 관련된 사건은 경찰과 잘 얘기하려 들지 않을 정도로 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문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또한 경찰의 독립성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철저한 위계조직이며, 급여가 높지 않아 조직 내외적인 압력과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주문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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