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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류업체 해외생산 고수 왜?
‘한·EU FTA 발효’ 현지관세 13% 철폐됐지만…
국내산 원산지 인증위해

해외공장 국내이전 필수


中·동남아 값싼 노동력 활용

관세혜택 없어도 경쟁력 충분

인증 절차도 복잡 기피


지난 1일부터 한ㆍEU FTA가 발효되면서 그동안 현지 의류제품에 붙던 8~13%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지만, 유럽 시장에 수출해 왔던 한국 의류제조업체들은 의외로 관세 철폐 효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다.

관세를 감면 받으려면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자재가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인증수출자 증명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해외에 설립한 생산공장을 국내로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의류제조업체들은 차라리 관세 혜택을 포기하더라도 중국, 동남아 등의 값싼 노동력을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전국 공장설립 정보망 ‘팩토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2010.7~2011.6)까지 전국에 설립된 의류제조 봉제공장수는 비의류제조 봉제공장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가 아닌 단순 섬유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이 기간 동안 전국에 531개 설립된 반면, 의류 및 의류액세서리 제조공장은 164개로 섬유제품 공장의 30%에 불과했다. 가방, 신발을 만드는 공장 역시 1년간 79개 설립되는 데 그쳤다. 

한ㆍEU FTA 발효로 국내 의류 제조업체들이 유럽에 수출할 때 붙던 8~13%의 관세가 사라졌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 등을 이유로 국내 의류 제조업체들은 해외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한세실업 인도네시아 공장 모습.

이는 신규로 국내에 의류 제조공장을 짓는 경우가 적은 것도 있지만, 중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의 값싼 노동력을 쓰기 위해 해외에 지은 공장을 국내로 들여오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ㆍEU FTA에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봉제ㆍ재단 공정 및 설비를 국내로 이전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의류제조업체들은 채산성을 이유로 여전히 국외 생산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FTA가 발효되는 직전 달인 6월 전국에 설립된 의류ㆍ의류액세서리 봉제공장은 9건으로, 10건이 채 안 됐다. 평균 15건 내외이던 수치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그친 셈이다.

이렇듯 의류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장 국내 이전이 미미한 가운데, 오히려 해외에 공장을 증설하는 사례도 있다. 세아상역은 인도네시아에 총 2억달러를 투자해 원단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원단마저 자체적으로 조달해 한 자리에서 편직, 염색, 자수ㆍ나염, 봉제 등의 공정을 단일화 한다는 전략이다.

세아상역 관계자는 “월 급여가 100달러 안팎인 인도네시아 인력과 그동안 해외법인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관세혜택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의류업체들도 해외 생산 체계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에 양말 등의 제품을 수출하는 성화물산도 중국 청도의 생산공장을 굳이 국내로 옮겨올 생각이 없다. 성화물산 관계자는 “중국 공장을 국내로 들여왔을 때 증가하는 임금과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비교했을 때 중국서 생산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 생산공장을 확보한 의류업체들은 인증수출자 증명을 준비하려고 해도 의류 특성상 너무 복잡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고 토로했다. 관세ㆍ운송ㆍ보험 등 대외 무역거래를 할 때 국제통일 상품분류체계에 맞게 코드를 입력하는 HS코드가 있는데, 의류는 제품 종류가 매우 다양해 각 코드별로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

보끄레머천다이징 관계자는 “현재 유럽에 수출하는 아이템 30여개를 인증수출자 증명해야 하는데 FTA발효 한 달 전부터 준비했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 한가지 아이템조차 끝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그래프)지난해 하반기~올 상반기 전국 봉제공장 건립건수



자료=산업단지공단 팩토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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