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 스튜어트는 한국에 와서도 닉네임에 걸맞게 “살림은 위대하다”고 강조했다. 평범해 보여도 가정과 사회의 모든 출발은 살림에서 시작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평범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살림을 아이템으로 해서 기업을 일군 여성 CEO가 있다. 화이버텍의 최금주 대표다. 최 대표는 1981년 화이버텍을 창업해 현재 쟁반, 다리미판, 빨래보관함 등 각종 살림용품을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도소매 상점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어 자칫하면 흔해 빠진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최 대표는 처음부터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첫째가 디자인입니다. 특히 주방용품처럼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제조업은 디자인으로 눈도장을 못 받으면 경쟁에서 밀리는 거죠.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이 오해할 정도로 어떤 문양의 옷을 입는 지 유심히 살핍니다. 국내외 도자기업체의 디자인 트렌드도 놓쳐선 안 되죠.”
이 같은 경영철학에서 고흐, 칸딘스키, 마티스, 나아가 박수근 화백까지, 화이버텍 제품엔 명화들이 담겨 있다. 특히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보다 강도가 센 합성수지로 만든 쟁반은 디자인과 실용성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타사 제품보다 비싼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살림 용품 기반을 다진 최 대표는 지금 사업가로서 또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약대를 졸업한 인연으로 그 동안 의료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던 그녀는 이제 가정의 건강과 연결되는 새로운 사업을 개척 중이다.
“그동안 노동집약적인 전통 제조업에 열중했다면 앞으론 IT와 연계된 의료 계통으로 진출할 겁니다. 특히 국책 사업 등 그동안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던 영역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최 대표는 이를 통해 얻게 될 경험과 노하우도 다른 기업들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여성 CEO로서 느꼈던 좌절과 고난에서 우러나온 생각이다. 현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 대표는 “똑같은 조건인데도 여성 기업인은 제약이 더 많고, 극복해야 할 것도 더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건 결국 성실함이었다. 전날 밤 늦게까지 호텔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 홍콩 출장을 갈 정도로 최 대표 몸에는 부지런함이 베었다. 그녀는 “여성 만의 섬세함에 성실함을 겸한다면 기회는 꼭 찾아온다”며 예비 여성CEO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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