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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계서 스포츠스타까지…국가대표급 ‘드림팀’ 빛났다
대한민국이 펑펑 울었다. 세 번째 눈물이었다. 김진선 평창유치위 특사의 말대로 지난 두 번은 절통, 이번은 환희의 눈물이었다. 평창 쾌거에 온 국민이 벅찬 감동에 밤을 지새웠다. 경쟁한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의 주민 지지도가 50% 수준에 머물렀던 반면 평창은 항상 90%를 넘었다. 평창의 꿈은 그만큼 뜨거웠다. 이번 승리는 정부와 재계 인사들이 앞장서고 스포츠 스타들과 사회 각계가 합심한 결과였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제 더 많은 할 일이 생겼다.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한 만큼 착지도 잘해야 한다. 책임과 역할도 무겁다. 평창이 제시한 ‘새로운 지평(New Horizons)’도 열어야 한다. 물론 국민 모두가 주인공으로 하나돼 함께 나가야 할 길이다.

이건희 IOC 위원

개인일정도 바꿔가며 IOC위원 맨투맨 공략

‘평창’을 품에 안는 데 큰 힘을 보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공’을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자신을 크게 낮춘 것이다. 하지만 평창 쾌거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 IOC 위원인 이 회장임은 틀림이 없다. 그는 밴쿠버와 소치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한 채 지난 4년간 뛰고 또 뛰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부터 남아공 더반 IOC 총회 때까지 1년반 동안 무려 170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해외 출장을 위한 총 이동거리만 21만㎞로 지구를 다섯 바퀴 넘게 돌았다. 100여명의 IOC 위원들을 모두 만났다. 해외에서의 일정은 맨투맨 설득으로 거의 채워졌다. 특정 IOC 위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번은 한 위원이 사정이 생겨 약속시간이 늦어지겠다고 하자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며 1시간30분이나 기다려 상대방을 감동시켰다.

이 회장이 바란 것은 ‘수적천석(水滴穿石ㆍ끊임없는 물방울은 바위를 뚫는다)’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것은 ‘파워’가 아니라 ‘부단한 정성’임을 올림픽 유치 지원 행보에 적용한 것이다. 물론 ‘교병필패(驕兵必敗ㆍ교만한 병사는 패배한다)’를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다 됐다는 분위기는 오히려 해칠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한 표 호소에 최선을 다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조양호 유치위원장

글로벌 인맥 총동원…지구 13바퀴 대장정

‘국민 심부름꾼’을 자청하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았던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의 역발상의 용병술과 리더십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 지난 2009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헬리오스파트너스를 잡을 것을 요청했다. 이곳은 캐나다와 손을 잡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또,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낸 동계올림픽계의 ‘미다스의 손’같은 컨설팅사다.

유치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위원장은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웠고, 결국 헬리오스파트너스의 테렌스 번스(53) 사장을 만나 평창유치위와 손을 잡게 만들었다. 과거의 가장 강력한 ‘적’을 우리 편으로 만든 것이다. 조 위원장과 번스 사장은 김연아를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올리는 아이디어 등을 함께 공유했다. 특히 번스 사장은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인 인연도 있어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한진그룹 회장이란 직책을 잠시 미뤄두고 조 위원장은 평창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년간 참석한 해외 행사는 34개, 총 이동거리는 지구 13바퀴에 해당하는 50만9133㎞에 이른다.

윤정식ㆍ김상수 기자/yjs@heraldcorp.com


김연아 유치위 홍보대사

유치PT에 꿈·생기 불어넣은 희망전도사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것은 역시 피겨여왕 김연아(21ㆍ고려대)였다. 이번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선 막판까지 경쟁도시 뮌헨과 스타 파워 대결이 치열했다.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와 축구스타 프란츠 베켄바워 등 뮌헨의 옛 스타는 김연아의 영향력을 뛰어넘지 못했다.

반면 평창 유치위 홍보대사를 맡은 김연아는 각종 행사마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세계인의 마음을 홀렸다.

경쟁도시의 기자회견이 매번 형식적인 느낌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평창 유치위의 기자회견은 김연아에 대한 관심 속에 각국 취재진으로 연일 인산인해였다. 또 결전의 날인 6일(한국시간) IOC 투표 직전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도 김연아는 생기발랄한 이미지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평창의 스타 마케팅이 더반에서 제대로 통한 셈이다.

이 때문에 평창이 내건 슬로건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은 유럽 기득권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뮌헨의 ‘뿌리론’을 쉽게 넘었다는 분석이다. 김연아는 프레젠테이션 뒤 “내가 실수하면 큰일나는 상황이었다. 부담이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연아는 이제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또 세계인의 희망 전도사로 우뚝 서게 됐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동계체육회장이냐 눈총 마다않고 평창 지원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은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늦었지만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나니 평생의 한을 푼 것 같다”고 웃었다. 세 번의 평창 유치에 모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몇 안 되는 인사로서 더반의 6일(현지시간)은 두 번의 패배를 맛보고 극적으로 얻어낸 승리의 날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장이면서 두산중공업 전 회장이기도 한 박 회장은 “뮌헨과 안시는 유치 과정에서 모두 위원장이 교체됐지만 평창은 조양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끝까지 단결했다”며 “우리도 한때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조 위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했고, 나머지 사람이 합심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공을 돌렸다.

그러나 박 회장은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누구보다도 발 벗고 뛰었다. 일본 IOC 위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지난 3월 방사능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도쿄를 방문했을 정도였다.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각종 국제행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이번처럼 밤낮으로 고민하면서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국 체육경기단체의 수장이 너무 평창 유치에만 매달려 국내 하계종목 경기단체 회장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상화 기자/sh9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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