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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열음 “이건 내 무대다 생각했죠”
손열음(25)은 전형적인 천재형 피아니스트다. 발군의 노력과 타고난 재능이 제대로 만난 경우다. 그의 스승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손열음에 대해 “굉장히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하다. 선천적인 재능이 후천적 요인보다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열음이를 보면서 굳혔다”고 했다.

얼마 전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그의 본능적인 연주는 빛났다. 전혀 긴장한 내색 없이 마음껏 연주를 즐겼다. 1악장이 끝나고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콩쿠르 무대에서 악수와 사인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러시아 출신에게 1위를 내줬지만, 독보적인 실력으로 2위를 차지했다. 콩쿠르를 마치고 잠시 귀국한 손열음을 6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만났다.

“이상하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청중들에게 ‘잘 보세요’ 하는 마음이었고, ‘이건 내 무대다’ 생각했어요. 연주를 마치고는 ‘할 만큼 했다’ ‘잘했다’고 느꼈죠. 더운데 에어컨이 안 나와서, 온몸이 땀범벅이 된 것 외에 모든 것이 즐거웠던 콩쿠르예요.”


러시아에서 열린 콩쿠르였지만 앙코르 연주를 하고 싶을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반응에 정말 놀랐어요. 청중들이 러시아인에게만 반응하고 일부러 다른 연주자들에게 냉대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달라요. (조)성진이 연주할 때 봤는데, 러시아 참가자들보다 훨씬 반응이 뜨거웠어요. 제가 연주할 때도 그랬고요.(웃음)”

사실 이번 콩쿠르에 도전할 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그저 ‘내 마음에 들게 쳤으면’ 하고 바랐을 뿐, 거리낄 게 없었다. 콩쿠르 준비는 한 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성적을 거둔 건 “2년 전부터 프로 연주자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연주자로서 부침을 겪으며 성숙한 것이 큰 자양분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1주일에 5일간 연주를 한 적도 있고, 한달 간 한 번도 연주를 안 한 적도 있다. 감정은 환희와 허무감을 오갔고 슬럼프까지 겪었지만, 그때 예술가로 한층 성숙했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인이 5명이나 수상한 콩쿠르 결과를 두고, ‘클래식 한류’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인 음악가들의 실력이 출중한 건 최근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래부터 한국 음악가들의 명성은 높았어요. 바이올린도 성악도 세계 어디든 한국인이 휩쓰는 걸로 유명해요. 피아노도 그렇고요. 차이콥스키 콩쿠르 같은 대회에서 결과가 한꺼번에 잘 나오니까 유독 집중하는 것 같아요.”

5명의 수상자 중 4명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금호영재’ 출신이라는 점도 화제였다. 어려서부터 ‘금호영재’로 발탁돼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유독 아꼈던 손열음은 “앞으로도 예술가로서 그만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다”며 “그 같은 사랑이 예술가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이제 어느덧 25세 숙녀가 된 그는 10대 시절과 비교해 무엇이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손열음이 생각하는 ‘좋은 연주’의 정의도 변화했다. 그는 “최근 연주하면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며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음악의 목표는 청중과 공유하는 거니까, 연주자라면 소통을 가장 염두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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