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한 형태
아멜리 노통브 소설이 주는 재미는 의외의 인물들에 있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살쪄 죽어가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미지는 이번엔 180㎏의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죽음의 덫에 걸린 이라크 파병 미군 병사로 대체된다. 작가에게 비만은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살이 쪄 혐오스런 인간이 아니다. 세계와의 불화, 거대한 외부에 맞선 한 개인의 생존방식이다. 소설은 어느날 아멜리 노통브에게 한 통의 미군 병사의 편지가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바그다드에 배치돼 6년이 넘게 주둔하며 개같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답장을 기다린다는 편지에 그냥 장난 편지려니 생각하다 중립적인 해결책으로 영어로 번역된 책에 헌사를 써 보낸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편지글이 주고받기를 하면서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대화체, 편지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노통브의 매력에 또 빠지게 된다.
아멜리 노통브 지음, 허진은 옮김┃문학세계사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