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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속 정령 그 원초적 울림 들리는듯
최홍순 개인전 백송갤러리서
강렬하고 다양한 원색의 선과 면이 화폭 위에서 춤을 춘다. 야트막한 산등성이엔 이름 모를 꽃과 새, 작은 방패연들이 흥겨운 합창을 들려준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화면엔 자연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한국적 표현주의’를 꾸준히 실험하고 있는 화가 최홍순(67)의 그림들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풍부한 조형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 화백이 서울 관훈동 백송갤러리(대표 송영희)에서 29일부터 개인전을 한다.

이번 개인전은 서정적인 세계와 조형적 틀 안에 머물던 종전 작품과 확연히 달라진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따온 갖가지 상징적 형태가 터질 듯 화면에 넘실대며 한결 자유로움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상징과 은유가 가득하다.

‘자연의 생명체에는 모두 정령이 있다’고 믿는 최 화백은 이 같은 세계관을 회화를 통해 드러낸다. 또 과거 기억 속 흔적도 화폭에 자유분방하게 버무려낸다. 달맞이, 축일, 연등 연작을 통해 어린 시절 풋풋했던 추억을 재구성하는 것. 작품에 부드럽게 녹아든 둥근 달과 사각의 방패연은 아련한 추억에서 건져 올린 자신의 내밀한 스토리다.

최홍순作 ‘초원에서’ (2009)

“어린 시절의 꿈이 하늘에서 춤추고 있다. 그리고 화면에서 연은 다시 살아나 자유롭게 궤적을 그린다. 나는 그저 이를 따라만 갈 뿐”이라고 들려준다. 알 듯 모를 듯 형태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최홍순의 회화에선 자연에 존재하는 갖가지 생명체의 원초적 울림이 더 잘 들리는 듯하다.

1970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최홍순은 그동안 8회의 개인전을 했다. 선화예고 교사로 활동하다 퇴임한 뒤론 더 작업에 빠져들게 됐다는 그는 남양주 덕소의 아파트와 서울 둔촌동 작업실 두 곳에서 자연에서 받은 감흥을 그리고 또 그린다.

자연의 삼라만상, 그 속의 생명을 예찬하는 이번 전시에는 초원에서, 바람결, 뜰, 옹달샘 등 대작을 포함해 모두 30여점이 출품됐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02)730-582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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