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이영섭이 ‘Marchen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정소영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고향 여주에서 작업하는 이영섭의 조각 제작과정은 독특하다. 그는 대지를 거꾸로(음각으로) 조각해 거푸집으로 삼고, 그 안에 돌과 시멘트 혼합재료를 들이부은 후 굳으면 이를 캐낸다. 그리곤 최소한만 매만져 작품을 마무리한다.
땅을 파고 캐냄으로써, 거푸집은 허물어져버린다. 단 한 점의 오브제를 찍어내고, 수명을 다하는 셈. 또 땅 속에서 조각을 캐어내는 행위는 일종의 예술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이같은 작업방식은 이영섭만의 독자적인 창작 방법으로, 그 때문에 이영섭은 ‘발굴작가’로 불리곤 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신작은 색(色)이 종전보다 한결 풍성해졌다. 아울러 다양한 재료 사용도 눈에 띈다. 시멘트 혼합물을 들이붓기 전 작품에 색다른 효과를 더해줄 단서를 박게 되는데, 그 재료들이 철망, 호일, 캔, 구리, 조개껍데기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발굴해낸 시멘트 혼합물 베이스 위에는 담채화를 그리듯 은은하게 채색을 가해, 예전 작품들 보다 이미지가 풍성해졌다. 전시는 7월15일까지. 02-541-648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