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미술품 거래에 정통한 미술계 인사들은 홍 사장이 ‘소송’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이유를 세가지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용(외상)을 걸고 들여온 고가 미술품의 가격이 폭락하고, 판로가 막히자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홍 사장이 "부도가 나게 생겼으니 반값에라도 급하게 사달라"며 홍 관장측에 작품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수사를 통해 이들 작품을 들여올 때의 인보이스(송장)와 큰 차액이 드러나며 문제가 되자 리움에 "돈을 달라"고 통첩했을 것이라는 것.
두번째로는 미술시장에서 고가 작품의 경우 통상적으로 대금을 3,4회로 나눠서 결재하는 예가 많아 이에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펀드나 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만들어 미술품을 이리저리 돌려온 홍 사장의 경우 “일단 가져가 감상하시고, 대금은 나중에 처리해달라”는 식의 불명확한 거래를 많이 했다는 것. 홍 사장이 2009년 8월~2010년 2월까지 불과 반 년여간에 14점(총 781억여원)이나 리움에 판매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이같은 방식으로 판매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에 대해 리움 측은 “그동안 미술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문제된 적이 없었다”고 황당해 하며 “소장이 오면 검토해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리움은 문제의 미술품 14점이 미술관 소장인지, 홍 관장 개인의 컬렉션인지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사립미술관이긴 하나 정부의 미술관박물관법에 정식으로 등록된 공공 미술관임에도 리움이 미술관 컬렉션에 대해서까지 매번 ‘공개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삼성이 이처럼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일각에선 홍 사장을 수사하며 삼성가 비자금이 또다시 발견돼 이를 ‘사전 희석’시키기 위한 소송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벌가및 상류층과 조용히 거래해온 서미가 ‘조용히 받아낼 수 있는 돈’을 떠들썩한 싸움까지 걸며 받아내려 하는 것은 최대 고객이었던 삼성과 막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어서 그 속내에 대한 궁금증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