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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조직 보스들, 지금은 무얼 하나?
과거 서울에는 ‘3대 패밀리파’라 불리는 폭력조직이 있다. 조양은의 양은이파, 김태촌의 범서방파, 이동제의 OB파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서울 내 지자체별로 구로동파, 영등포 중앙파, 시흥 진성파, 관악 이글스파, 강서 남부동파, 광명 사거리파, 부천 식구파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조직폭력배는 1990년 노태우 정부가 민생 치안 확립을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세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이전처럼 패싸움이나 조직 차원에서 연장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개인 사업을 통해 각자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예컨대 재건축 등 이권 사업에 투자를 하고, 지분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 합법적인 활동을 통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지인의 부탁으로 주식 투자로 본 손실을 받아주려고 트로트가수를 협박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양은(61)은 1970년대 양은이파 두목으로 활동했다. 지난 1975년 당시 서울지역 폭력조직 가운데 최대 규모였던 신상사파를 기습 공격한 ‘명동 사보이호텔사건’을 주도한 그는 19년 넘게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개과천선해 사회에 복귀하려 했으나, 번번이 폭력을 휘두르고 협박을 되풀이하면서 예전의 거대 폭력조직을 이끌던 카리스마를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는 것이 경찰 쪽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범서방파를 이끌던 김태촌도 출소 이후 신앙생활에 전념하고 청소년 선도 등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2006년 영화배우 권상우에게 일본 팬 사인회를 강요하며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최근 김 씨는 조직후배 모친상에 ‘국제청소년범죄예방교육원 원장 김태촌’이라고 적힌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모친상으로 ‘왕년의 주먹’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나모 씨는 서울 청담동에서 고급 식당을 운영하며 유명 인사들을 단골 손님으로 끌어모으며 폭넓은 인맥을 쌓고 있다. 탈세 혐의로 구속되기는 했지만, 과거 전력과는 거리 두기를 하며 합법적인 사업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서 강력계 관계자는 “여전히 폭력조직 세력이 주로 유흥주점에 진출해 관리인을 자기 사람으로 심는 등 활동을 하고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 관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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