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루의원 줄소환 초일기...뿔난 檢 칼끝 `거악' 겨눈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실상 정치권 초토화를 위한 준비태세를 마쳤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소위원회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지난 6일 거악척결 차원에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입장을 내놓으면서 ‘성역없는 수사’의 추진력을 한껏 받았기 때문. 청와대의 이 같은 지원은 같은 날 김준규 검찰총장이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거악(巨惡)의 종착지’는 전·현 정권을 망라한 국회의원·고위관료로 수렴될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靑)-검(檢)’간 교감은 여야 정치권을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건 청와대, 그리고 검찰 사정(司正) 수사의 본산인 대검 중수부는 모두 ‘서민’을 교집합 삼아 존재 가치 부각에 나선 가운데 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대반격의 화살은 이제 막 활시위를 떠났다.

▶檢, ‘1차 데드라인 이달말’…의혹 불거진 국회의원 조사 초읽기=7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 등 저축은행 수사를 맡은 검찰은 짧게는 향후 20여일간 정치권과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중수부의 존폐가 결정될 사개특위의 활동 종료 시점은 이달 말. 여야 합의로 중수부 폐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여전하기에 검찰은 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해서다. 시기적인 촉박함과 함께 의혹에 휩싸인 정치인을 섣불리 소환했다가는 정치권 반발이라는 후폭풍도 감안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그러나 검찰의 배수진은 공고하다. 김준규 총장은 전날 “작은 부패는 처벌하고 커다란 부패는 지나쳐야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상황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수사로 말하겠다”고 중수부 폐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함과 동시에 줄곧 대형 부패의 진원이었던 정치인 수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는 “수사는 해봐야 결과가 나온다. 목표가 있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원론적인 얘기를 했지만 행간엔 정·관계 로비 수사에 대한 의지가 녹아 있었다.

때문에 검찰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삼길(53·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한테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통합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 혹은 보좌관에 대한 소환이 우선 점쳐진다. 본인들은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씨와 신 명예회장 간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해 박 씨가 저축은행의 각종 이권을 위해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에 선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박 씨는 금융위원회에서 저축은행 부문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고위직 김모씨와 고교 동창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강원저축은행의 비리를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우제창 민주당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결기가 잔뜩 오른 검찰 수사망엔 여·야 정치인이 망라돼 있고 부산저축은행의 거물급 브로커 박태규(72·도피중)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파급력은 가늠하기 힘들 전망이다.

▶“국민만 바라보겠다” 배수진=위기의 검찰은 ‘존재 의의’를 서민에게서 찾겠다는 방침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박용석 차장검사가 “(사개특위가) 국민의 뜻을 정확히 대변하는지 의문”이라고 한 것은 검찰이 기댈 곳은 국민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정치권이 대검 중수부를 흔들어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중수부는 건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준규 총장도 최근 일주일 사이 저축은행 사태로 망연자실한 서민들의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을 두 차례나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8일 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책임재산 환수팀’을 가동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저축은행의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가 해야 할 일을 검찰이 직접 나서서 하겠다는 것으로, 단순 범죄자 처벌이 아닌 피해를 입은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찾은 해답이다.

대검 중수부는 특히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등에 투자한 수천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국제수사공조 시스템을 풀가동해 은닉재산을 찾아 서민에게 돌려줄 방침을 세우고 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