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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일대 대거 매입…정·관계 유력인사 접대 로비용?
본지 부산저축銀 골프회원권 구입내역 단독입수
SPC 통해 클럽Q안성등 개발

비밀리에 은행돈 수십억 들여

윤여성 전국 출입명단 분석도


檢 구명로비 연관성 집중수사

정·관계 인사 추가연루에 주목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광폭 로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 등은 권력기관이 몰려 있는 서울 근교의 골프회원권을 집중 매입해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부산저축은행 골프회원권 내역’엔 박연호(61ㆍ구속기소) 회장 등 대주주들이 은행의 경영악화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8년 초 경기도 안성의 골프클럽Q안성(옛 안성태양CC)을 포함해 수도권 일대 골프장 회원권을 집중 매입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들이 골프장에서 ‘로비’를 위해 정ㆍ관계 유력인사에게 접대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은행의 브로커 윤여성(56ㆍ구속) 씨가 전국 20여개 골프장을 돌며 라운딩을 할 때 함께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확인하기 위해 출입 기록을 입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골프 로비’에 연루된 정ㆍ관계 인사가 추가로 나올지 주목된다.

이 내역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이 보유한 경기도권 골프회원권은 양평PTC, 골프클럽Q안성, 안산제일CC 등이다. 부산ㆍ부산2ㆍ중앙부산저축은행 등 3곳은 2008년 1월 7일, 안성 태양CC 회원권을 각 6억6000만원씩 총 19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같은 해 2월 5일에도 안산 제일CC 회원권을 7억8000만원에 사들여 이 시기 수도권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위해 은행이 쓴 돈은 26억여원에 달한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로비 의혹이 금융권을 넘어 정치권으로 옮겨붙으며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정작 수많은 예금자들을 울린 부산저축은행은 3일 썰렁한 모습이다. 몇 안 되는 피해자들은 “아직 내 돈이 여기 있는데…”라며 여기저기 격문이 내걸린 황량한 부산저축은행에서 정부가 예금자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회원권 소유자는 앞서 검찰에 구속된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과 최태노 감사 등 그룹 최고위층이다. 특히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진행한 각종 부동산 사업을 총괄하며 비자금을 관리한 본산으로 의심되는 FRNIB의 김기현 대표도 골프클럽Q안성에 2개, 제일CC에 하나씩 총 3개 회원권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문점은 부산저축은행이 SPC를 통해 전국 8곳에서 골프장 개발 사업을 진행했고, 인허가까지 취득해 영업에 들어간 2곳에 골프클럽Q안성이 포함돼 있다는 것. 골프클럽Q안성은 부산저축은행의 SPC인 태양시티건설(2005년 10월 설립)이 짓기 시작했으며, 2008년 1월 태양CC로 창립회원 모집했다가 블랙나이트CC로 이름을 바꾼 뒤 2009년 3월 다시 골프클럽Q안성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골프장은 태양시티건설 명의지만, 사실상 박연호 회장 등의 소유로 봐도 무방한데도 이런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들은 수십억원의 은행돈으로 회원권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각종 이권사업 진행과 2008년 이후 과도한 PF 대출로 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정ㆍ관계 인사 로비용으로 활용했을 것이란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골프는 최고위층의 친분 쌓기 용도뿐만 아니라 임원ㆍ팀장급끼리 실무적 내용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데도 좋은 장소”이라고 했다.

검찰은 일단 윤여성 씨의 골프클럽Q를 비롯한 20개 골프장의 출입기록을 확보, 윤 씨와 함께했던 인사들 명단을 분석해 저축은행 구명로비와의 연관성을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윤 씨의 활동을 배후에서 묵인ㆍ지휘했던 박 회장 등이 직접 나서 라운딩을 통해 정ㆍ관계 인사와 접촉한 ‘팩트’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윤정희ㆍ홍성원 기자/h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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