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르포>"미군 오염,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지난 26일 오전 10시께 전 주한미군 ‘캠프 하야리아’. 이곳은 중장비 10여대가 동시에 내뿜는 굉음으로 분주했다. 한쪽 편에서는 문화재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시설의 철거 작업과 오염 토양 굴착 작업이 한창이었다. 몇몇 지역에서는 오염된 토양을 굴착기로 깊숙이 파내서 자세히 분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캠프 하야리아’는 2010년 1월 27일 부산시에 반환된 전 주한미군기지. 부산 범전동과 연지동 일대에 있으며, 부지 면적이 53만3000여㎡에 달한다.

이곳에선 환경 정화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초 환경 정화 작업이 발주돼 총 2471개 지점의 토양을 시료로 채취해 오염 상태 조사까지 마쳤다.

조사 결과, 유류와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은 7만300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류(TPH)와 중금속(아연ㆍ납ㆍ카드뮴) 오염 토양은 각각 6만5130㎥와 8907㎥로 조사됐고, 둘 다 포함된 것은 56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 오염의 경우 부지 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었으며, 특히 서쪽 독신자 숙소, 남쪽 수송대, 동쪽 유류탱크가 있던 자리가 심하게 오염됐다. 중금속 오염은 동쪽에만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었다. 오염원 조사는 유류는 지하 8m, 중금속은 지하 3m까지 실시됐다. 유류는 1622개 지점, 중금속은 849개 지점에서 조사가 이뤄졌으며, 이 중 오염이 확인된 곳이 각각 499곳(30.8%), 127곳(14.9%)이었다.

‘캠프 하야리아’ 오염은 정화 작업 예산만 143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다. 한국환경공단의 감독하에 SK건설이 맡아 지난 4월부터 내년 7월까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체 부지 중 30%가 넘는 지역 시료에서 오염물질이 나왔다. 땅속으로 스며든 오염물질 탓에 오염 토양의 부피는 7만3000㎥를 넘는 엄청난 규모다. 만만치 않은 규모의 오염 토양을 정화하기 위해서 부산시와 SK건설은 경작동을 7동으로 증설해 정화용량을 애초보다 7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경작동에서 토양 세척과 미생물 배양을 통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전체에 걸쳐 나타난 오염지역을 정화하는 작업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오염지역이 넓어서 모두 파내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를 겁니다. 기름이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정화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정화 작업에 참여한 한 굴착기 기사는 오염지역이 방대해 정화 작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염원이 부지 전체에 걸쳐 채취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 상태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관계자들이 보여준 부지 내 오염 상태를 표시한 그림에는 부지 남측에 위치한 두 곳에서 특히 오염원이 집중됐다. 애초 환경단체들이 오염지역으로 지목했던 곳으로, 지금은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였지만 미군 측이 폐기물 저장창고와 수송대 정비창으로 이용했던 곳이다.

부산시 관계자와 환경공단에서 파견된 감독관은 대부분의 오염원이 폐유에 불과하고 중금속 오염도 미미하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다이옥신 등 몇몇 오염물질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다이옥신은 조사 당시 분석 항목에서 빠져 있었다”면서 “정화 작업은 10m 이상 파내서 정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엽제나 이상 오염물질이 묻혀 있다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정화 작업만으로도 고엽제나 다이옥신 등을 확인하고 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선 보다 철저한 감시를 통해 유해물질 오염 및 폐기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한편 미군부지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자 부산시는 정화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와 환경전문가, 국방부 등이 포함된 민ㆍ관 합동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