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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식재료에 예술의 숨결 불어넣죠”
‘푸드카빙 달인’ 정인학 현대그린푸드 조리사
사과·무 조각칼로 용·호랑이 변신

명장콘테스트 마에스터 등극 영예




현대백화점그룹의 자회사인 현대그린푸드의 정인학(40) 조리사는 칼로 식재료를 조각하는 푸드카빙의 고수다. 수박이나 사과, 배, 무, 당근 등 어떤 식재료라도 칼 하나면 순식간에 예술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다. 그의 칼놀림에 무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드러낸 독수리로 변신하고, 당근은 포효하는 호랑이와 용으로 바뀐다. 마음만 먹으면 수박이나 사과도 순식간에 화려한 봉황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정 조리사는 국내 3위의 급식업체인 현대그린푸드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푸드카빙 부문 1인자다. 이 때문에 그는 회사 안팎에서 ‘푸드카빙의 달인’ ‘푸드카빙의 마술사’ ‘푸드카빙의 예술가’ ‘신의 손’ 등 이름 뒤에 붙는 수식어가 한둘이 아니다. 물론 2009년 울산조리경진대회 카빙부문 금상을 타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현대자동차 울산점에서 3만명 근로자의 식사를 책임지는 정 조리사는 올해 현대그린푸드 명장콘테스트에서 최고 명예의 전당인 ‘마에스터’ 부분에 등극하는 영예도 안았다. 메인요리에 한껏 멋을 부리고 눈과 혀를 즐겁게 해주는 데 무한 매력을 느껴 시작한 푸드카빙이 올해로 벌써 15년째다.

요즘도 정 조리사가 푸드카빙 작업을 할 때면 동료 조리사들조차 그의 작품을 구경하느라 주방이 온통 북새통이다. 행사장에선 장식된 정 조리사의 푸드카빙 작품을 먼저 가져가기 위해 손님끼리 몸싸움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동료 조리사들의 귀띔이다.

정 조리사도 처음부터 푸드카빙의 고수는 아니었다. 푸드카빙으로 하루 평균 5㎏의 당근을 깎는 그는 바쁜 업무시간 중에는 틈을 낼 수 없어 밤마다 집에서 연습했고, 날카로운 칼날에 손을 베인 적도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조리사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정 조리사가 푸드카빙을 처음 접한 것은 가정형편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고난 뒤 부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로 취직하면서부터다. 미술적 감각이 남달랐던 그는 레스토랑 총주방장으로부터 푸드카빙을 전수받았다. 2002년 현대그린푸드에 입사하면서 그의 푸드카빙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가정형편으로 중단했던 미술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각종 조리자격증 취득 및 조리 연수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조리’와 ‘카빙’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은 후배 조리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정 조리사는 “푸드카빙을 배우러 오는 후배 조리사들에게 그림부터 그려라, 사물의 반대편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살펴보라고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푸드카빙을 배우려는 후배들 위해 새로운 카빙기술을 연구하고, 교육용 자료도 만들고 있다. 푸드카빙에 관한 책도 쓰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푸드카빙은 식재료와 음식에 예술을 집어넣는 작업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숭고한 작업이라며 자신의 카빙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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