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중국의 경우 고미술및 근대미술품의 가격이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 22일 베이징 경매에서는 중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 치바이스(齊白石, 1860~1957)의 서화 ‘송백고립도’(1946년작)가 추정가의 5배에 이르는 718억원에 낙찰됐다. 작년 6월 베이징 폴리옥션에서는 북송 시대 황팅지엔의 서예 작품(‘砥柱銘’)이 열띤 경합 끝에 770억원에 팔렸다. 또 11월 런던에선 건륭제 시대의 도자기가 900억원에 거래돼 동양 도자기로는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진위 논란 등으로 부진했던 국내 고미술품 시장에도 차츰 훈풍이 감돌고 있다. 고미술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경매사들 또한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내 고미술품의 경우 워낙 가격이 저평가돼 ‘지금이 투자적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래가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 때마침 고미술품 경매도 앞다퉈 열린다.
백자호 |
백자청화초화문 수복강녕 명호 |
출품작 중 17세기 조선 ‘백자호’는 하이라이트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당당한 어깨로부터 내려오는 유연한 곡선과 우아한 유백색이 일품으로 높이가 52cm에 이르러 달항아리로는 큰 편에 속한다. 광주 분원 금사리 가마의 것으로 파악되며 추정가 4억~5억원.
여러 점이 나오는 조선 청화백자 중에는 ‘수복강녕’ 글자가 새겨진 18세기 ‘백자청화초화문 수복강녕 명호’(높이 26cm)가 돋보인다. 패랭이꽃, 국화꽃을 그려넣은 후 평안을 기원하는 명문을 첨가한 백자로, 담청을 머금은 유약이 전면에 맑게 시유됐다. 추정가 2억원. 고려 청자도 다수 포함됐다. 12세기 고려 ‘청자음각초화문화병’(22.5cm)는 참외 모양의 몸체 위로 쭉 뻗은 화형의 구부(口部)가 세련미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화병이다.
금속유물 중에는 고려시대 ‘청동범종’(31.5cm)이 눈길을 끈다. 추정가 4500만~ 5000만원의 이 범종은 종정(鐘頂) 둘레에 연판문이 새겨졌고 중앙부 비천상 조각은 생동감이 넘친다. 조선말 창덕궁 궁녀들이 고종과 영친왕 등 왕실의 안녕을 축원하며 정성들여 필서한 ‘화엄경(언해본) 39권’도 경매에 나왔다. 석가모니가 도를 이룬 뒤 설파한 경문(經文)을 기록한 불교 유물이다.
남관 작 |
한편 K옥션(대표 조정열)은 오는 6월 8일 신사동 사옥에서 진행할 여름 경매에 1992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의 도록표지를 장식했던 15세기 ‘백자우개호’(추정가 2억9000만~4억5000만원) 등 다양한 고미술품을 판매한다. 유백색에 푸른빛을 살짝 머금은 ‘백자유개호’는 풍만한 어깨에 바닥으로 좁아지는 형태가 단정하고 엄격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K옥션 경매에는 조선백자에 매료돼 백자그림을 즐겨 그렸던 고(故) 김환기 화백의 유화 ’창공을 나는 새’ 등이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돼 화제다. 총출품작은 160여 점으로 28일∼6월 7일 신사동 아트타워에서 미리 볼 수 있다. 02-3479-888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