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대중예술의 장르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페라’하면 비싸고 재미없고, 상류층의 과시용 예술 장르로 보던 편향된 시선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은 높은 티켓가격에도 매진을 기록하며, 오페라의 대중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관객층도 다양했고, 객석 분위기도 생기가 넘쳤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가 남긴 ‘사랑의 묘약’은 오페라 부파의 결정판으로 코미디와 로맨틱한 멜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 믿고,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고자 모든 것을 바치는 네모리노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이 작품은 최근 불고 있는 오페라 대중화의 분위기에 딱 맞는 작품이었다. 특히 얼마전 tvN ‘오페라 스타’에서 김창렬이 부른 ‘남몰래 흐르는 눈물(‘사랑의 묘약’의 대표 아리아)’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의상도 재치가 넘쳤다. 여주인공 아디나(박미자)를 두고 네모리노(조정기)와 경쟁하는 인물 벨코레(우주호)는 2륜 전동차를 타고 등장해 객석의 웃음을 이끌었다. 극중 군의 지휘관인 그는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롱재킷을 걸치고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등장해 무대를 활보했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며 파는 돌팔이 약장수 둘카마라(사무엘 윤)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마치 영웅이 알에서 깨어나듯 노란색 주사위 안에서 튀어나온 그는 은갈치 양복을 입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를 외쳤다. 곰돌이 인형에서 웅담을 뽑는 시늉을 하고, ‘비아그라’를 ‘비비거라’로 개명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그래도 오페라의 힘은 여전히 음악이었다. 극중 네모리노의 대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흘러나오자, 객석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조민선 기자/bonj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