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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스자렛 “한국 관객들이 나를 다시 불렀다”
그의 음악은 또다른 우주다. 가장 따스하고 안락한, 우리가 사는 현실과 유리된 환상적인 우주.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유영하는 일이다. 낯설지만 우리가 잊고 살던 또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피아노 선율. 피아노 한대가 얼마나 사람의 감성과 내면을 자극할 수 있는지, 그의 음악을 들으면 경험할 수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tㆍ66). 지난해 10월 키스 자렛 트리오로 첫 내한해, 3000여 관객을 감동에 빠뜨린 그가 6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다시 선다. 



국내외 언론을 막론하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키스 자렛이 인터뷰를 했다. 20일 세종문화회관 측이 보낸 인터뷰 내용은 철저히 음악 이야기에 국한됐다.

“한국 관객들이 나를 다시 불렀다. 작년 공연서 보여준 열정은 정말 대단했고 내심 크게 놀랐다. 이 공연은 한국 관객들이 성사시킨 것이다”

이번에는 솔로 무대다. 키스 자렛의 솔로 공연은 정평이 나있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즉흥 연주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의 장기다. 기교와 감성,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음악. 화려한 기교에 죽지 않는 감성과 그런 감성의 진부함에 빠지지 않는 세련된 감각으로 빛나는 즉흥 연주는 ‘키스자렛’이기에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연주에 대해 “내가 요즘 연주하는 작은 파트들은 모두 하나의 독립적인 소우주와 같다. 근데 나의 솔로 무대는 단순히 여러 솔로 곡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전체 공연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라며 “결국 그 소우주들이 모여 하나의 큰 우주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는 그에게도 솔로 공연은 유독 어려운 무대다. 그는 “솔로는 더 큰 부담과 긴장을 떠안게 마련이다. 치를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며 “솔로 콘서트의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시작 단계다. 그 시작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공연 전체가 경직될 수도 있고 자유로울 수 있다. 솔로 콘서트의 성패는 결국 시작에 달린 셈”이라고 밝혔다.

트리오와 솔로의 차이에 대해서는 “두 편성은 완전히 다른 우주를 느끼게 한다. 아예 다른 행성에 발을 딛고 선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나란 사람은 하나지만 전혀 다른 공간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66세의 나이에도 식지 않는 열정의 피아니스트. 하지만 그의 자작곡은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췄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자작곡의 발표 여부에 대해 그는 “1990년대 말 이후 건강이 좋지 않아서, 더이상 곡을 쓰지 않고 있다”며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야할 것은 결국 즉흥연주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 부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한번도 제자를 키운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고도 했다. “그들이 원한 건 결국 어떻게 하면 나처럼 연주할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이었다”며 “누구든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게 급선무여야 하는데, 왜 내 표현 방법이 궁금했던 건지 모르겠다. 이젠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즈를 선택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는 “무작정 독창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 독창적인 연주자가 될 수 없다. ‘자기만의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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