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을 맞아 당신에게 32개의 호박이 필요하다고 하자. 마침 당신은 32개의 호박을 갖고 있는 상인을 찾았고 호박을 모두 사들이고자 한다. 그러나 상인은 당신의 제안을 거절한다. 호박을 전부 팔면 내년에 뿌릴 씨앗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그와 협상할 것인가. 저자의 제안은 이렇다. “호박 껍질을 사용하고 남은 호박씨를 모아서 당신에게 주겠소.”
협상은 대개 특수한 이해관계에 놓인 사람들이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해가는 과정이다. 이런 특성상 협상은 대개 투쟁적 거래로만 이해되기 쉽다. 하지만 협상은 분명 경쟁인 동시에 협력이며 힘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매듭과 같다. 미국의 분쟁해결 연구 권위자인 진 M 브랫은 ‘아마추어는 설득을 하고 프로는 협상을 한다’(스마트비즈니스)를 통해 협상의 호혜적 합의란 측면을 간과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협상의 기본 개념부터 구체적 전략까지 일괄해놓아 협상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가능하면 한 가지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쟁점을 세분화하는 것이 호혜적 거래 기회를 높일 수 있다거나 문화적 차이에 따른 전략 차별화, 제3자를 끌어들여 활용하는 방법 등 구체성도 돋보인다. 이 같은 협상 기술은 갈수록 평평해지는 세상에서 FTA 등 말 많고 탈 많은 한국의 외교와 통상 현실에 비추어볼 때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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