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김제동의 똑똑똑’의 인터뷰가 책으로 나왔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위즈덤경향. 2011)이 그것. 2010년 2월부터 각계 인사 25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안하고 생생하다. 마치 독자가 만나고 싶은 스타를 직접 대하는 느낌이다. 아마 경향신문이 기획했던 포인트 역시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외수, 설경구, 김C와 같은 연예인 외에 뜻밖의 인물도 있다. 전 KBS사장 정연주 씨와 이정희, 남경필, 안희정과 같은 정치인들이 그들이다. 소설가 조정래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같은 분도 포함되어 있다.
독자들은 김제동을 통해 유명인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영화 속의 코믹 코드에 대한 강우석 감독의 답은 이렇다.
“강박 관념이 있을 정도로 유머와 웃음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전 집에 가서도 집사람이나 아이들이 웃지 않으면 불안하고 걱정될 정도예요. 특히 독특한 색깔과 깊이 있는 웃음을 만드는 사람을 아주 존경하죠.”
그런가 하면 산악인 엄홍길이 ‘휴먼재단’을 만든 까닭은 공포였다. 그렇게 많은 산을 오른 산 사나이가 공포로부터 얻은 결과물은 '사람'이었다.
“내가 히말라야 16좌를 올라가면서 막바지에 큰 죽음의 공포를 느꼈어요. 그때 히말라야 산과 약속을 했지요. 16좌를 성공하게 해달라고. 살아서 산을 내려가면 살아남은 자로서 이 산과, 이곳에 터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면서 살겠다고.”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사적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김제동은 설경구와 첫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김광석이다.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그의 노래는 누구의 사연을 대입시켜도 다 말이 되는 힘이 있다. 경구 형을 처음 봤던 건 ’공공의 적‘ 시사회 뒤풀이 때. 그때 형은 김광석 노래만 줄창 불러댔다. 저 형님과 질긴 인연이 시작되리라는 느낌은 그 당시 내 척수를 자르르 훑고 지나갔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설경구가 한 말이 재미있다. 김제동이 얼마나 김광석의 광팬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냐. 난 너 만나고 김광석 노래 자제했어. 제사 지낸다는 이야기 듣고는 난 ’깝‘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배우 황정민과 ‘인연’도 그렇다. 두 사람이 친해지게 된 계기는 술 때문. 언젠가 속상한 일 때문에 술에 취해 하소연할 상대를 찾았다. KBS 아나운서 황정민가 낙점됐다. 그런데 웬 남자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그날 황정민은 한 시간 넘게 김제동의 술주정을 받아줘야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제동 어록‘ 꺼리 글이 다수 등장한다.
‘서른이 넘어서야 등정을 시작했던 대하소설 ‘태백산맥’ 그 산은 지금까지 올랐던 어떤 산보다 감동적인 곳이었습니다. 진정한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한 산었지요. 산 너머 저편에도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내가 보는 거와 똑같은 하늘이 있음을 알게 해준...‘ (조정래 편)
‘그가 말하는 뉴스의 사명은 수돗물 같은 뉴스가 아니라 우물 같은 뉴스일 게다. 문턱을 낮춰 사람들을 끌어안는 뉴스,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뉴스가 세상을 활짝 밝히고 데워주기를 기대해 본다.’(최일구 편)
김제동은 이 책에 대해 ‘혼자 듣기 아까운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정호승 시인의 글을 빌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대한 간곡한 질문이다. 그의 질문 속엔 고통을 어루만지는 손이 있고 희망을 두드리는 손이 있다. 똑! 똑! 똑! 그가 촌철살인의 웃음기 있는 손으로 두드리며 여는 희망의 문은 밝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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