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을 오르는 두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은 등이 약간 굽은 걸로 봐서 나이가 드신 어르신인 듯하다. 손에는 생선을 들었다. 뒤에 걸어오는 사람은 목발을 짚고 걷고 있다. 앞에 가는 어르신보다는 젊어 보여 그의 아들쯤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수난이대>(하근찬, 아이세움, 2010)의 주인공 박만도와 아들 진수가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는 표지그림이다.
<수난이대>는 징용에 끌려갔다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육이오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아들을 업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역사적 수난의 아픔을 드러내면서도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의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맞으러 산길을 내달린다. 역에 닿은 아버지는 아들을 기다리며 옛일을 회상한다. 젊은 시절 일제 강점기에 열대섬에 끌려가 비행장을 만드는 일을 하다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그 앞에 나타난 아들은 다리 하나를 잃은 채 목발에 의지하고 서 있다. 팔 하나가 없는 아버지와 다리 하나가 없는 아들, 외나무 다리를 건너며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아들이 짐을 들고 간다.
박만도가 아들 진수가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들떠 일찌감치 역전으로 나간다. 진수에게 주려고 고등어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정거장에서 기다린다. 기차가 도착해 사람들이 나와도 진수는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진수가 ‘아버지’하고 불러 뒤돌아 봤을 때 아버지의 마음은 망연자실.
한쪽 팔이 없는 아버지가 다리를 잃은 아들을 업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최은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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