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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초들의 문화 상상력…경복궁 복원 에피소드…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다시 답사기로 돌아왔다. 금강을 예찬한 10년만에 내놓은 신간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다. 

시즌 2격으로 이번 답사기는 경복궁편과 특히 유 교수의 경험에 바탕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문화재청장으로 일하면서 사명감으로 복원에 애를 써온 경복궁, 광화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유 교수는 “경복궁이 자금성의 뒷간밖에 안된다는 말이 싫어서 경복궁을 처음에 길게 소개하게 됐다”고 했다. 장대한 자금성과 규모를 따져 비교하는 건 자기비하적 콤플렉 스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은연중 경복궁이 자금성을 모방 축소해 지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경복궁이 자금성보다 25년 앞선다.

자금성이 건축디자인의 기본취지가 위압감을 주는 데 있다면 경복궁은 자연과의 어울림으로 전혀 다른 건축미학을 지향한다. 경복궁은 주변의 경관을 자신의 경관으로 끌어안는 차경(借景)의 미학의 정수다. 이런 얘기를 우리 입으로 하면 자화자찬하는 식으로 비쳐 그는 외국 전문가들의 입을 슬쩍 빌린다. 경복궁 근정전 박석마당의 아름다움과 선조의 슬기를 알고 있던 경복궁 관리소장, 교태전 뒤쪽의 아미산 꽃동산, 자경전 꽃담장 등은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한국건축미학으로 굴뚝과 현판, 주련까지 재조명해낸 유 교수의 섬세함은 여전하다. 제2의 고향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부여지방에 대한 얘기도 비중이 크다. 기존의 문화유산답사기가 해설과 의미 부여에 치중했다면 이번 신작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이뤄진 에피소드 등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밀착감이 있다.

산사 미학의 결정판인 365일 꽃이 지지 않는 선암사, 양민 학살 현장으로 그늘이 드리워진 거창의 계곡가의 수많은 정자 등 새로운 눈을 열어준다.

시즌 2는 이전과 달리 꾸밈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편하게 기술하면서 무림고수와도 같은 한 분야에 정통한 이들의 얘기를 곁들여 흥미롭다.

경복궁 근정전 앞뜰의 박석이 지닌 가치를 발견해낸 경복궁 관리소장, 일반인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봄나물을 줄줄 꿰어내는 무량사 사하촌 할머니들,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낼 줄 아는 촌로, 노비 출신으로 경회루의 대역사를 이뤄낸 박자청 등 오랜 경륜을 통한 이들의 얘기가 구수하면서도 맵다. 상수들의 얘기는 빠름 속에 놓치고 있는 선조들의 앞선 지식과 지혜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유 교수는 이번 신간과 함께 기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5권)를 새로 단장해 개정판을 냈다. 수록사진을 전면 컬러로 바꾸고 내용상의 오류를 바로잡고 변화된 환경에 맞게 정보를 보완했다.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로 시작된 답사기는 1권이 120만부가 판매되는 등 일대 화제를 불러모으며 전국적인 답사열풍을 몰고 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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