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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신전같은…웅장한 음악세계…무터여 영원하라
지난주 한국을 다녀간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는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연주자다. 현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도 칭해지는 그녀는 10대 중반에 데뷔한 이후 한 번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대단한 연주자다.

무터는 네다섯 살쯤 바이올린을 잡자마자 독일의 여러 콩쿠르를 휩쓸며 음악성을 나타냈다. 14세 때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며 천재소녀의 등장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이듬해 그녀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던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연주한 음반을 발매했다. 청순한 미모의 단발머리 소녀가 백발의 거장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음반 커버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그 후로 무터의 음악적 커리어는 거칠 것이 없었다. 센세이셔널했던 데뷔 이후 그녀가 세계무대를 정복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곧 무터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배 이상 나이가 많은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대단한 미인이기도 한 그녀는 돋보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베스트 드레서로서도 유명하다. 어깨끈이 없는 폭 좁은 ‘인어공주’ 드레스는 그녀의 전매특허처럼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이 무터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멘토였던 카라얀은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이를 두고 카라얀이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두었던 그녀가 예전 같은 활동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무터의 음악성은 이미 그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카라얀과의 이별을 겪은 지 불과 몇 년 후, 무터는 남편을 암으로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그 후 오랫동안 음악에 올인하며 최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던 그녀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인 앙드레 프레빈과 결혼하며 수많은 화제를 뿌렸지만 몇 년 후 이 커플은 이혼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이혼 후에도 무터와 프레빈은 함께 연주활동을 펼치며 뜨거운 동료애를 과시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연주자로 손꼽히는 무터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연주를 보여줬다. 그리스 신전처럼 웅대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음악으로 2500여 관객을 감동시킨 그녀의 다음 내한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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