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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가 무능한 보수를 외면했다...1대3 패배는 자충수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한나라당이 집권후반기 레임덕을 늦추고 국정 뒷마무리를 하기 위해 표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은 싸늘했다.

27일 전국 4곳에서 실시된 국회의원ㆍ광역도지사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2곳, 한나라당이 1곳, 민주노동당이 1곳에서 각각 당선됐지만 여당에게는 1대3 패배였다. 특히 강원도지사ㆍ성남 분당을 두 곳의 함락은 여당에는 뼈아픈 대목일 수 밖에 없다.

두 곳은 그동안 보수의 진앙지나 다름 없었다. 결국 집권 말기 구심력까지 떨어지고 있는 한나라당호는 내년 총선ㆍ대선에서 보수층의 재반란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야의 운명을 가른 성남 분당을 전투에선 20∼40대의 투표반란이 출퇴근시간에 집중됐다.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투표장으로 넥타이부대를 이끌어낸 셈이다. 투표율도 49.1%로 이번 재보선 지역 중 가장 높았고 18대 총선 투표율 45.2%를 웃도는 기록도 세웠다. 선거 참패는 정권의 총체적 국정운영 실패가 부른 자충수였다는 평가다. 강재섭 후보도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 상대방의 색깔론 공세로 일관하면서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요인이 됐다. 또 최근 부동산값 하락과 금리 인상 기조, 물가불안이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한나라당은 대안이 되지 못했다.

국정 난맥상도 선거를 앞두고 봇물처럼 터졌다. 동남권 신공항ㆍ과학벨트ㆍLH공사를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들불처럼 번졌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이 광경을 지켜봤다. 여기에 대통령 측근간의 밥그릇싸움도 유권자에게는 곱게 보일리 없었다는 분석이다. 배상만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본부장은 “결국 이같은 상황 때문에 여당이 큰 참패를 당했다”고 말했다.

강원도지사 선거도 여당의 안정론을 거부하고 변화를 선택하면서 한나라당을 외면했다.

사정이 이처럼 되면서 여당은 총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나라당에는 분당을 함락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100여석 중 80석 이상을 잃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두보를 확보 못한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강남 서초를 빼고는 수도권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은 전면적인 쇄신론ㆍ내각 개편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청와대도 레임덕 가속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내각 개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더 많다. 고성국 박사는 “당내 이전투구에도 불구하고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급속히 힘이 쏠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정치컨설팅업체 조원씨앤아이 김대진 대표는 “민주당은 사지(死地)에서 승부수 끝에 몸값을 올렸고 야권연대 실현으로 맏형다운 지도력도 확보했지만 한나라당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장 손 대표는 박 전 대표와 1대1 구도로 윤곽이 잡히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도 정국 주도권을 잡으면서 오랜만에 몸값이 금값이 됐다. 김대진 대표는 “당장 총선을 앞두고 정국의 변수가 사라지고 시계가 명확해진 만큼 여야간 합종연횡을 표방하는 정계개편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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